그의 막막함과 마주할 때

오늘 마음은 흐림

by 박수민

대체로 그는 억울하고 울분에 차 있었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서 그 말들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객관적일 수 없는 일들. 보기에 내 친구 빼고 다른 사람이 문제인 것 같은데, 사람 한 명 바보로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기에. 친구 H는 아부할 줄 모른다. 맞고 틀림이 분명한 사람. 상사라고 다르지 않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성격이라 우쭐대는 상사와 곧잘 부딪혔다고 했다. 상사는 반박할 거리가 부족하자, 여러 방식으로 친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할 수 없는 일을 폭탄처럼 던지거나, 일을 다 해서 가면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결국에는 “아무래도 별로니까 처음부터 다시 해”로 끝나는 일들. 어찌 됐든 상사의 결재가 떨어져야 한다는 것. 잡도리를 당하는 친구에게 해 줄 말이라곤 “도망쳐” 말고는 없었다. 이미 상사는 내 친구를 콕 찍어 괴롭히기 시작했으므로. 부디 친구가 무너지지 않기를 잘 견뎌내기를 바라는 거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함께 괴로워했다.

때로는 안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볼 때 또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런 부당함 같은 것들. 친구는 때로는 본인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맞다. 그는 입에 발린 말을 할 줄 몰랐다. 타고나길 그랬다. 그 상사에게 필요한 인재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친구에게 “아부 좀 해. 다른 사람도 몰라서 그런 게 아니야”라고 가볍게 말했다. “아닌 건 아닌 건데, 어떻게 맞다고 해.” 친구 말이 맞다. 그런 올곧은 성품 때문에 친구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신임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나조차도 깜빡 잊었다. 친구도 바뀔 수 없고, 그렇다고 상사도 바꿀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물과 기름 같은 거다. 섞일 수 없다. 그저 H가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평온하기를 그리고 일의 즐거움을 다시 찾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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