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가 된 듯한 기분

'각자도생'과 '으쌰 으쌰'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by 박수민

팀장님과의 면담 후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뇌리에 박혔다. 내가 속한 기획팀은 하나로 묶여 있을 뿐, 서로 너무 바빠서 다른 팀원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최대한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게 옅게나마 존재하는 팀워크를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나는 그런 팀 분위기가 못내 아쉬웠다. 내가 당장 죽겠어서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 나누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기획팀은 기획 단계부터 진행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업무 특성상 중간에 누가 대신 일을 맡아줄 수 없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각 프로젝트마다 집중 업무 기간이 있고, 기획 단계와 후속 작업 단계에서는 잠깐의 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기획 단계에서 함께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그만큼 풍부하고 기발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집단지성의 힘이 우리 기획팀에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네 생각이고

맞다. 이건 내 생각이다. 팀장님과 다른 팀원들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나는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집중 업무 기간에 일손을 보태어 주면 ‘마감의 압박’이 조금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이 회사에서 마감을 하며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내가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리는 기분이랄까. 새까만 바다가 곧 나를 삼킬 듯이 두려웠고 ‘혹시 챙기지 못한 것은 없을까’ 하는 불안함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다. 나는 이런데 다른 사람들의 마감은 꽤 여유로워 보였다. 그러니 협업에 목마른 사람은 나뿐일 수밖에.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갑갑한 마음에 나와 친하게 지내는 다른 팀 동료 S에게 이런 심정을 털어놨다.

“기획팀에서 나만 시간에 쫓겨요. 다들 여유롭게 일하는데 말이죠. 뭐가 문제일까요?”라는 나의 물음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저번에 업무의 경중을 따져 에너지를 쓰라고 했던 거 기억나요? 다른 팀원들은 중요 프로젝트에만 힘을 쏟아요. 그 외 다른 업무는 최소한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분배하는 거죠. 그러니 마감 때도 상대적으로 품이 덜 들죠.”

"상대적으로 품이 덜 드는 일은 있지만, 모든 프로젝트는 다 중요하고 특히 마감 때에는 더 신경을 써야 하잖아요. 어떻게 최소한의 퀄리티만 유지할 수 있죠. 그러면 저도 회사도 발전이 없잖아요. 그리고 그건 스스로도 뭔가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 과장님이 힘든 거죠. 그 많은 업무를 모두 ‘완벽하게 한다?’ 그건 불가능하죠. 힘을 조금 빼야 과장님이 중요하게 여기고, 잘하고 싶은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죠. 근데 안될 거예요. 저도 잘 안돼요. 근데 우리 팀은 ‘으쌰 으쌰’하며 서로 지지하는 분위기라 버티는 거죠.”


‘으쌰 으쌰’라는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어감에서부터 힘이 막 솟구칠 것만 같은 말이다. 그런데 우리 팀에서 함께 ‘으쌰 으쌰’ 하는 모습이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고요한 도서관에서 나 홀로 응원가를 부르는 모양새랄까. 유난스럽고 어딘가 별난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으쌰 으쌰’라는 말도 우리 팀에 속한 ‘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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