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 무리에서 적응하기

팀원의 얼굴에서 나의 고단함이 묻어날 때

by 박수민

누군가 출근하는 나를 본다면, 물을 잔뜩 머금은 솜 같다고 했을 것이다. 의무감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지만 등을 돌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이 많았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내가 우리 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자 출근길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누가 내 발을 잡아끌고서 자꾸만 나의 의지를 바닥으로, 바닥으론 모자라 땅굴로 처박아버리는 듯했다.


그런 심정을 애써 감추며 우리 팀 사무실로 들어서면 나만큼이나 어둡거나 표정 없는 얼굴의 팀원과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시 정적. 달그락달그락 커피잔에서 울리는 얼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고 생각하면서 ‘딸깍’ 컴퓨터 전원을 켰다. 내 마음이야 어떻든 회사에 돈을 벌러 왔으므로 성실히 일을 해내야 했다. 일에 치여 숨이 막힌다고 했지만, 일할 때만큼은 잡생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일에 매달렸다. 한동안은 오늘 할 일을 시간대별로 정해놓고 끝낼 때마다 줄을 그어나가는 재미로 일했다. 빨간 줄을 쫙쫙 그을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꼈다.


모든 일이 꼴도 보기 싫었지만 내 책상 한쪽을 차지한 일더미를 모른 척하기란 쉽지 않았고, 어차피 오늘이 아니어도 또 다른 날에 내가 결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할 일을 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기한이 촉박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시간대 별로 컨디션을 고려해 밸런스 게임하듯 그나마 좋아하는 업무를 가장 먼저 배열했다. 업무 순서를 정하며 그 순간만이라도 오로지 ‘내 마음’이 우선이라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꼈다. 퇴근 무렵 오늘의 목록에 모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덤이었다.


나를 괴롭힌 건 바로 나


팀장님과의 면담 이후 나를 가장 괴롭힌 건 과중한 업무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팀원들의 업무를 줄줄 읊어대던 팀장님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게 됐다. 아는 것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속으로 누구는 ‘이번 주에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나서 한가하겠네’ 라거나 누구는 ‘좀 바쁘겠네’ 하며 홀로 팀원들의 업무와 나의 업무를 자꾸 흘깃흘깃 견주어 보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나는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졌다. 일이라는 게 성난 파도처럼 무섭게 훅 들이쳤다가도 어느 순간 스르륵 밀려나기도 하는데 말이다. 맡은 업무가 다르니 그 주기가 다를 수밖에.


팀원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을 멈추자,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내 자리는 사무실 가장 안쪽에 있어 다른 팀원들의 앉은 얼굴을 보면서 지나게 된다.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뭐랄까 어떤 기운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안으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팀원들이 내뱉은 열기로 사무실이 데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사실 우리 팀 사무실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바깥에서 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추웠지만, 그만큼 팀원들이 각자의 일을 아주 열심히 해냈다는 거다).

팀원들의 얼굴에서 나와 같은 고단함을 느낀 후로 같은 업을 가졌다는 것과 하나의 팀으로 묶여있다는 것에서 어쩔 수 없이 동질감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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