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카레

by 박수민

그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기분 좋으면서도 ‘나는 과연 나에게도 좋은 사람일까’, 그리고 ‘가족에게도 좋은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늘 내 마음을 돌보는데 무딘 나라서, 이제라도 스스로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예민한 나를 데리고 살기 어렵다고만 했지, 도대체 이 마음이란 녀석이 왜 스스로를 괴롭히는지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도 내 마음을 살피는 일은 어렵고 잘되지 않지만, 타인에게 예의를 차리듯 나에게도 잘해주려 하고 있다.


가족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가족이라는 이유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나 빼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요”라던 반려인의 말이 떠올랐다. 스치듯 말했지만, 실은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섬세하지 못한 사람이 매 순간 내 표정과 기분을 살피려 애쓰는데, 그런 그에게 응석 부리는 것 말고 해준 게 있었나. 매일매일 내어주는 고마운 마음을 그저 덥석덥석 받아먹기만 한 건 아닐까. 당연한 건 없는데 당연하게 그에게 사랑과 이해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다툼이 없었던 건 동글동글하고 선한 심성을 가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실컷 밖에서 놀다 온 주말, 한 시간 반 동안 카레를 끓였다며 “씻고 나서 먹을래요?”라고 묻는다. 이동 중에 생긴 멀미가 아니었다면, 저녁까지 먹고 오려던 참이라 또 미안해졌다. 내 입에는 그가 해준 모든 요리가 맛있지만, 쉽게 만든 음식이 아니란 걸 알기에 고마울 따름이다. 한 가지 요리를 하려면 며칠 전부터 여러 개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그중 본인이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 몇 번을 돌려본 끝에 요리를 내어놓는다. 그런 그를 알기에 “저녁 먹고 와요?”라고 묻는 그는 메시지에 “네, 먹고 갈 것 같아요”라고 답할 때 미안함이 일었다. 그 미안함이 걸려 멀미가 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씻고 나왔더니 따스한 물 한 잔을 내민다. 물 덕분인지 그의 배려 덕분인지 속이 조금 진정돼 식탁에 앉았다. 카레를 한입 삼켰더니 온몸에 따스함이 차올랐다. 그 따스함이 허기졌던 마음도 천천히 채워주었다. 카레를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도 함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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