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고된 한 주를 보냈다. 회사 동료가 빗길에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졌다. 꼼짝없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기에 그녀의 업무는 나와 다른 동료가 나란히 나눠 가졌다. 업무량이 늘어난 탓에 도저히 칼퇴근을 할 수 없었다. 밀려오는 일을 하나둘 처리해 가는 와중에 집안 제사도 지냈다. 퇴근하고서 큰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꼬박 잠을 잤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눈꺼풀이 그대로 감기고 말았다. 앞치마를 챙겨 도착한 큰집에는 기름 냄새가 폴폴 났다. 이미 음식은 만들어진 상태였고, 개수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설거지만 두어 개 잽싸게 끝내고 하루가 끝날 때쯤 제사를 지냈다.
한 주를 보낸 후 주말, 나는 이불에 파묻혔고 한낮이 될 때까지 몸을 일으킬 마음이 없었다. 그 사이에 몇 번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은 모두 친구. 부재중 전화와 함께,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된다는 메시지, 꿈에서 나를 만났다는 메시지가 번갈아 와 있었다. 그 순간, 지쳤던 마음이 친구들의 애정으로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꿈에서 나를 만났다는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친구의 꿈에서 나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부산에서 서울까지 연락도 없이 무작정 친구 집 앞을 서성였다고 한다. 너무 반가워서 ‘뭐 하고 놀지?’ 생각하다 깨버렸다고. 평소의 나와는 사뭇 달랐지만, 꿈에서도 나를 반겨주는 친구는 감동이었다. “서울에는 안 오고 여태 자고 있느냐”라는 친구의 말에 “모르겠고 그냥 바닐라라테가 마시고 싶네”라고 잠결에 답한 기억이 난다. 잠이 덜 깬 채로 본능에 이끌리듯 먹고 싶은 걸 말했다. 나가기는 싫은데 달달한 커피는 마시고 싶었다. 한참 수다를 떠는데 친구가 말했다.
“라이더가 픽업했대. 곧 커피가 갈 거야.”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말한 몇 분 전의 내가 후회스러웠다.
한없이 잘 베푸는 그녀였다. 내가 바빴다면 그녀는 감기 몸살과 고열로 한주 내내 아팠다. 응급실을 하루 걸려 다니며 간신히 출근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죽 한 그릇도 보내지 못했는데, 밖에 나가기 싫은 나를 위해 커피를 보낸다니 가난한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집안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스프링이 튀듯이 쏜살 같이 달려가 문을 열었다. 커피는 달그락달그락 경쾌한 얼음 소리를 내며 손에 쥐어졌다. 우리 동네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 커피를 친구 덕에 시원하게 들이켰다. 차가운 커피를 마셨는데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커피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에 친구는 달달한 하루를 보내라는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