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 단맛 중 단맛을 가장 좋아한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사탕 등 달콤한 간식도 좋아하지만, 꿀을 특히 좋아한다. 커피에도 넣어마시고 꿀에 물을 타서 여름에는 차갑게 다른 계절에는 따뜻하게 마신다. 이런 나를 보고 친구들은 다음 생에는 양봉업자랑 결혼하라고 놀린다. 환생하는 것은 둘째치고 다음 생에도 벌이 존재할까. 야생벌의 개체수가 줄어든다고 하던데, 그럼 내 꿀은 어쩌나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다음 생에 나와 벌이 존재할지 미지수지만, 우리집에는 항상 꿀이 있었다. 유리 천장에 커다란 꿀단지를 놓아두고 아빠가 술을 마시고 돌아온 날 혹은 다음 날이면 꿀물을 타주던 엄마였다. 그 곁에서 같이 꿀물을 받아마시던 어린 날이었다. 꿀물로 부족할 때면 엄마를 졸라 꿀을 한 숟가락 떠서는 조금씩 먹기도 했다. 언니는 지금도 그때도 꿀물을 마시지 않는데, 이 달콤한 걸 먹지 않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 자매는 취향만큼이나 식성이 다르다.
언니와 자취를 할 때도 집에는 꿀이 있었다. 꿀은 주로 나 혼자 먹었는데, 엄마가 가지고 있던 커다란 꿀단지 대신 자그마한 꿀병을 들여놓고는 여기저기 넣어 먹었다. 언니는 모르겠지만, 내가 만든 국에는 항상 설탕 대신 꿀이 조금 들어갔다. 요리는 주로 언니가 했기에 그마저도 손에 꼽지만.
그즈음에는 회사에서도 꿀물을 마셨다. 커피 한 잔으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갈증을 차가운 꿀물로 달랬다. 주로 일이 많아 야근할 때 마셨는데, 달달한 액체가 입안을 맴돌 때면 잠시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내 인생도 달콤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꿀물을 들이켜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동료들은 나처럼 힘들었는지 꿀을 마실 때면 꼭 한두 명은 함께 마셨던 기억이다. 꿀 한두 숟가락으로 인생이 달달해질 수야 없겠지만 꿀물을 마시며 ‘몸에 좋겠지’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지금은 주로 맛으로 먹는다. 선물 받은 커다란 꿀단지를 선반에 놓아두고는 요거트 위에도 뿌려먹고, 커피에도 넣어마시고, 꿀물을 만들어서도 먹는다. 지금도 꿀은 대부분 혼자서만 먹는데 양이 훅훅 줄어들어 흠칫 놀라곤 한다. 그런데도 꿀을 퍼담는 숟가락을 멈추지 못한다. 한 숟갈만 더. 이 달달함이 마음에도 옮겨지길 바라며 한 숟갈 가득 떠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