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워지면 거리에는 달콤한 내음이 퍼진다. 그 냄새의 근원지를 따라가면 어김없이 붕어빵이 있다. 시린 바람을 맞으며 붕어빵을 사고파는 사람들. 그 훈기를 느끼다 보면 어린 시절 한 조각이 떠오른다.
어릴 때 주택에 살았는데 겨울이면 방바닥이 아무리 뜨끈해도 웃풍으로 코끝이 시렸다. 이불을 둘러쓰고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아빠가 찬바람을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독 바람이 차가운 날이면 아빠는 점퍼 속에 붕어빵을 품고 왔다. 시린 귀와 손을 얼굴에 맞대던 아빠의 장난. 차가워진 아빠의 손과 달리 붕어빵은 아빠 품에서 여전히 온기를 머금고 있다. 따끈한 붕어빵을 꺼내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아빠가 사 온 붕어빵은 눅눅해져 여러 마리가 한데 엉켜 붙어 있었다. 붕어빵을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아무렇게나 뜯어내면 꼬리만 쏙 빠졌는데 그걸 보고 깔깔 웃었다. 그러면 내 몫의 남은 붕어 몸통은 아빠나 엄마가 살살 뜯어주었다. 그렇게 조심조심 붕어빵을 뜯어내 먹던 기억. 팥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 기억 덕분에 붕어빵을 보면 한번쯤은 사 먹게 된다.
어릴 때는 붕어빵 속에 팥만 들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슈크림, 피자 등 속재료가 다양해졌다. 슈크림 붕어빵이 생긴 후로는 슈크림만 고집한다. 슈크림 붕어빵이 나온 후에도 아빠는 주로 팥 붕어빵을 사다 주었지만, 어느 날 슈크림 붕어빵이 섞여있으면 언니와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붕어빵이 놓이는 곳은 상에서 식탁으로 바뀌었지만 네 가족이서 봉지를 펼쳐놓고 나눠먹는 모습은 여전했다. 길에서 먹은 것보다 집에서 먹은 것이 더 많았다. 기억 속 붕어빵은 눅눅하고 조금은 흐물거리는 모양이었지만 가족과 함께라 그마저도 맛있었다.
찬 바람에 붕어빵 내음이 섞여 오는 날이면, 붕어빵 노점 앞에 서서 갓 구워낸 붕어빵을 몇 마리 산다. 아빠가 사다 준 것과 달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붕어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다. 옛날의 아빠처럼 붕어빵을 품에 안고는 하나씩 꺼내먹으며 걷다 보면, 붕어빵의 온기만큼 따끈한 아빠의 사랑이 품 안을 파고든다. 바삭한 붕어빵은 엉켜 붙지 않지만 붕어빵 두어 개는 남겨서 집으로 돌아와 먹는다. 한뜸 식은 붕어빵은 그제야 아빠의 붕어빵과 비슷한 모양이 된다. 흐물거리는 붕어빵을 한입 먹고선 ‘그래도 맛있네’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린 시절 아빠의 사랑을 한입 또 한입 베어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