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배달음식만 먹다 보면 ‘건강식을 챙겨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빵을 좋아하는 그녀는 주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지내지만 친구들이 방문하면 집밥을 차려주었다. 자취하는 친구가 차려주는 집밥은 푸짐하고 건강하다. 차림새도 예뻐서 먹기 전에 꼭 사진을 찍어두게 된다. 다시 꺼내보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순간을 담아놓고 싶다.
친구가 차려낸 한 상은 어느 날은 된장찌개, 또 어느 날은 카레, 고기 등 맛깔나 보이는 밑반찬과 함께 때에 따라 다른 음식이 가득했다. 친구는 주로 한식을 해주는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건강식으로 먹자며 양배추 한 통과 닭가슴살, 여러 야채를 사 왔다. 당근, 오이, 파프리카, 쌈채소 등을 씻고 채 써는 모습을 보며 건강식이란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음식이구나 싶었다. 양배추를 삶아내고 마지막으로 닭가슴살까지 쪄낸 후 친구는 ”이제 다 됐어. 차리기만 하면 돼“라고 했다. 그러고는 찬장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죄다 꺼내고 거기에 재료들을 착착 담아냈다. 덕분에 정갈하고 깔끔하게 차려낸 상에는 닭가슴살과 라이스페이퍼, 양배추와 야채 그리고 여러 소스들이 빼곡했다. 지금이라면 저속노화 식단이라고 불릴만한 음식들. 은근히 손이 많이 가서 나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차려내기 어려운 한 상이었다.
친구가 차려낸 음식은 맛도 있었지만, 누군가 나를 위해 수고롭게 차려냈으니 건강할 수밖에. 친구의 마음은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돼 ‘건강을 좀 챙겨볼까’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곤 한다. 서로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차리던 친구처럼,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상을 차린다. 친구가 차려준 것보다 채소의 개수는 적고 단출하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한 상. 뿌듯한 마음으로 잘 데워진 닭가슴살을 집어 들고는 채소를 가득 넣은 쌈을 만들어 먹는다. 그 한 입만으로 벌써 마음 가득 만족감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