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은 빛이 도는 체리를 좋아한다. 여름이면 마트에 포장된 빨갛고 동그란 체리를 보면 조금 비싸도 사 오곤 하는데, 이리저리 살펴가며 멍든 구석이 없는지 살피고는 가져온다. 한 바구니 씻어놓고 오가며 두어 개씩 집어먹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만큼 행복이 차오른다.
체리는 이거 독 있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검은빛이 도는 게 달달한데,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그냥 그게 맛있더라) 어두운 빛에 달콤함을 한가득 숨겨 놓은 것만 같다. 한 움큼씩 손에 쥐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 이상하게 체리만큼은 자리에 앉아서 먹지 않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먹는다. 엄마는 체리를 씻어 체에 받쳐두고는 했는데 그때 오며 가며 집어먹던 게 습관이 되었나 보다. 한 손에 체리를 한 손에는 씨를 뱉어낼 티슈를 들고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책상에 앉아서 먹는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먹는 게 익숙하다.
체리를 처음 시장에서 봤을 때 어쩜 이렇게 예쁜 과일이 있는지 깜짝 놀랐다. 맛은 모르겠고 그저 예쁜 과일을 가지고 싶었다. 당시 물가로 체리를 저렴하지 않았지만, 엄마를 졸라 몇 알 되지 않는 체리를 조심스레 안아 집으로 들고 왔다. 흐르는 물에 빛이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이는 체리 표면을 보며 이렇게 예쁜 과일은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하며 저녁 내내 아빠를 기다렸다. 아빠는 체리를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내 몫이 늘어나서 행복했다. 이런 식탐 많은 어린 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운데 씨 조심해서 먹으라며 하나둘 빠지기 시작한 딸의 이가 다칠까 걱정하셨다.
그때 이후로 쭉 체리를 좋아한다. 물론 다른 과일처럼 떨어지면 냉장고를 채우거나 하지 않았지만, 파인애플처럼 가끔 눈에 띄면 엄마는 한 번쯤은 사주셨다. 그렇게 귀하게 먹던 체리를 이제 손쉽게 먹는다. 체리를 좋아하는 걸 알고는 친구들 혹은 가족들은 자주 “수민이 체리 좋아하니까”하며 사 오곤 한다. 그 손길을 받아 들고는 깨끗이 씻어 꼭 예쁜 그릇에 담아놓고 먹는다. 체리는 나에게 나를 살피고 달래는 과일 같다. 그 작은 한 알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