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단어 잇기(커피, 느낌, 증명)
매일 같이 텀블러를 쓰다 오랜만에 머그컵을 꺼내 들었다. 깨끗이 씻는데도 어쩐지 컵 안쪽에는 얼룩이 져 있다. 매일 내려 마신 커피의 자국. 차갑고 뜨거운 커피를 온전히 머금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집 안에서 커피를 마실 때면 늘 사용하던 머그컵. 더운 날도, 추운 날도 이 컵 하나면 해결됐다. 찬장에는 여러 컵이 쓰이길 기다리지만, 어쩐지 늘 쓰던 컵만 쓴다. 그래서인지 컵은 여는 컵보다 더 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닳지 않고 반짝이지만 그런 채로 흔적은 머금어 가는 것. 제 몸에 담긴 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나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국과도 같다. 거무스름한 자국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지워야 할까’ 싶다가도 그만큼 나와 함께한 시간이 베였다고 생각하면 금세 도로 놓게 된다. 대신 뜨거운 물을 한가득 담은 후에 식초를 두어 방울 똑똑 떨어뜨린다. 이걸로도 충분히 깨끗해질 수 있으니 당분간 더 쓰기로 한다. 그렇게 찬장에는 쓰이지 않은 컵과 안쪽 깊숙이 얼룩을 머금은 컵이 나란히 놓여있다. 가만히 내 손길을 기다린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