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 오일이 없어도 잘 자는 그대지만

by 박수민

베개만 베면 이내 잠이 드는 그대지만, 바싹 마른 수건에 아로마 오일 두어 방울 톡톡 떨어트려 베개 위에 놓아준다. 바싹한 수건에 한 번, 아로마 향에 또 한 번 좋아하는 당신을 보고 있자니 강아지가 생각나. 강아지라고 하기에 덩치가 아주 크지만. 당신은 예상대로 이내 잠에 빠져들어 쌔근쌔근 보다는 더 우렁차고 큰 슈우욱 슈우욱 소리를 내며 잘도 자더라.


뭐 뿌려요?

아로마 오일이 없더라도 당신은 잘 자지만 내 베갯잇에만 뿌리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뭐 뿌려요? 혼자만 뿌려요?” 할 것을 알기에 미리 당신 것까지 챙긴다. 생일선물까지 나눠 쓰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선물해 준 친구에게 함께 쓸 수 있어 두 배로 좋고 두 배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그렇지만 혹여나 다음에도 선물을 할 의향이 있다면 나 혼자서만 쓸 수 있는 것이기를 소망해. 자고 있는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아로마 오일은 가끔 수면장애로 힘겨워하는 나를 위한 친구의 마음이었다. 금세 잠이 든 것 같지만 곧잘 깨고 한 번 깨면 잠들지 못하는 나를 위해 밤이 고달프지 않도록 배려한 것. 옆에서 코를 골지 않으면 다행인 남편에겐 필요 없는 것일 수 있으나 온종일 고생한 그대에게 향을 한두 방울 선물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향을 톡톡 뿌릴 때부터 이미 좋아하고 있는 그 천진함을 보는 것도 퍽 즐겁다.


그렇게 아로마 오일 덕인지 고된 하루를 보낸 탓인지 모르게 깊숙이 잠에 빠져들었다. 이럴 때는 잠들지 않은 채로 상대의 잠소리를 듣는 것도 행복하다. 밤은 아직 충분히 깊지 않았고 내일이 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거다. 지금 자도 충분해라는 생각을 하며 베개에 머리를 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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