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과 애정의 상관관계

by 박수민

나는 잘 먹는다. 성인 남성 못지않게 먹는다. 성인 남성이 주식과 술을 주로 먹는다면, 나는 주식과 약간의 술 그리고 디저트, 단것, 커피 등을 차례로 먹거나 왔다 갔다 하며 먹는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던 판타지 같던 시절에는 “의외로 먹성이 좋네”라는 말을 곧잘 들었다. 먹은 만큼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지금이야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지만.


친구들과의 대화창에 말없이 맛집 링크가 뜬다. 오늘은 부산에 있는 맛집이다. 사진을 넘겨보고 주소를 확인한다. 우리 집에서 대충 얼마나 걸릴까 이런 생각을 하며 다음에 꼭 가자며 답글을 남긴다. 그런 맛집이 수두룩하다. 어느 날은 ‘S'가 사는 판교였다가 어느 날은 ‘J’의 직장이 있는 창원이었다가 또 어느 날은 내가 있는 부산이다. 손가락 하나로 맛지도를 그리는 우리다. 물론, 만나면 주로 가던 곳을 다시 가거나 최근에 가장 핫하다는 곳 한 군데 정도만 간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기다리는 것까지 좋아하지는 못하는 성미 탓이다. 게다가 S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을 만큼의 음식을 준비해 둔 탓도 있지만.



의외로 먹성이 좋네



일 년에 서너 번 만나는 우리는 한 번은 우리 집 그 외 대부분은 S네에서 보낸다. 혼자 살기도 하거니와 S의 집에는 행복이라는 아주아주 예쁘고 사랑스럽고 또 얌전한 멍조카가 있기에 거기서 모이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문을 열었을 때 “왕왕. 왜 이제 왔어?”하며 폴짝이는 모습을 볼 때면 눈에서 하트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S네서 꼭 한 끼는 만들어 먹는데 그게 김밥이었다가 된장찌개였다가 한 번은 아주아주 손이 많이 가는 갈비찜이었다가 했다. 갈비찜은 딱 한번 만들어 먹은 기억이 있는데, 노동의 강도 덕분에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메뉴다. 갈비찜에 감자는 둥그렇게 깎아야 으깨지지 않는다기에 체감상 반나절 이상을 감자와 씨름을 했다. 으깨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갈비찜을 푹 끓인 탓에 형태도 없이 사라졌다. 아. 내 감자… 사라져 버린 감자를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대충 깎을 걸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우리는 주로 제철 음식을 이야기하며 만날 날을 정한다. 수시로 먹는 곱창, 떡볶이, 닭발, 치킨, 피자는 차치하고 봄에만 잠깐 먹을 수 있는 도다리 회는 꼭 챙겨 먹으려고 한다. 허름하지만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횟집을 예약하고 마산으로 모인다. 우리 셋의 고향이다. J는 아직 마산에 살고 나도 부모님이 마산에 계셔서 자주 간다. 좋아하는 친구들, 익숙한 곳, 맛있는 먹거리까지 있으니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맛있는 걸 생각하면 군침이 도는 것처럼 마음에도 군침이 돈다면 지금 내 마음은 아주 촉촉할 거다.


셋이 모이면 별다르게 하는 건 없다. 주로 금, 토, 일 이렇게 삼일 여정인데, 하루는 집에서 먹고, 하루는 밖에서 먹고, 떠나는 날 하루는 집에서 또 밖에서 먹다 보면 금세 헤어질 시간이다. 친구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늘 생각한다. 정말 즐거웠는데, 한 거라곤 먹은 거밖에 없다고. 우리는 다음번에 만나도 먹는 거 말고는 별다른 걸 하지 않겠지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벌써 마음에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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