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주는 말

by 박수민

떡볶이를 호호 불어 먹으며 그는 내게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그에게서 이런 종류의 마지막을 들었던 게 몇 번 째던가. 늦은 시간 야식을 시킬 때면 그는 꼭 “오늘 마지막으로 먹어요”라며 마지막을 강조했다. 그 말이 아마도 마음의 짐을 조금 줄여주나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머리를 맞대고 작은 화면을 함께 들여다보며 먹고 싶은 음식을 야무지게 고른다. 마지막이니까 사이드 메뉴도 빠뜨리지 않고 두어 개쯤 담는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문 앞에는 우리의 마지막 만찬이 도착한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비닐봉지를 들고서 까치발로 통통 식탁을 향해 신나게 발걸음을 옮긴다. 음식을 꺼내면서 그는 한번 더 “이게 마지막이에요”라고 다짐하듯 말한다. “네”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손이 분주하다. 함께 와구와구 음식을 먹고는 ‘조금만 참을걸 그랬다’며 지난번에도 또 그전에도 했던 말을 다시 한다. 그리고는 식탁을 치우는 게 일상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매일이 파티였다. 서투르지만 함께 장을 보고 저녁을 차려 먹는 게 일상의 큰 재미였다. 저녁이 늦어지는 만큼 우리의 배는 볼록 나왔지만, 신혼의 재미도 함께 살을 찌우고 있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일이 점점 귀찮아질 무렵, 우린 열심히 배달 음식을 즐겼다. 매일같이 쌓이는 재활용품을 보며 "이제 정말 그만 먹자"며 굳은 다짐을 했지만, 저녁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앱을 켜고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궁리했다. 그때보다 횟수는 줄였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핑계로 늦은 저녁 혹은 야식을 먹는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지만, 아직도 그가 말하는 마지막은 오지 않았고 오늘도 늘어난 몸무게와 한층 두툼해진 배를 두드리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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