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크리스마스에는

by 박수민

어른이 되고 나서 크리스마스는 그저 쉬는 날 중에 하루였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어딜 가든 사람들이 많으니 어느 한 명의 집에 모였다. 그때 우리는 요리를 해 먹거나 그나마 사람이 적은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특별할 게 없는 여느 때와 같이 만나는 날이었지만, 하루는 j양이 제안을 했다. 만 원으로 서로에게 선물을 하자고 거기에 크리스마스 카드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물과 카드를 함께 준비한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크리스마스 카드라니 어릴 때 추억이 샘솟았다.


학교 앞 문방구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할아버지가 그려진 카드부터 루돌프가 썰매를 끄는 카드, 트리 모양의 카드, 버튼을 누르면 캐럴이 나오는 멜로디카드까지 다양한 종류의 카드가 진열됐다. 용돈을 아껴 예쁜 카드를 골라 친한 친구에게 주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맡에 선물을 주는 사람이 엄마아빠라는 것을 알았지만, 초등학생까지만 해도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었다. 엄마아빠, 언니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텔레비전 선택권도 나에게 주어지는 일 년 중 몇 번 안 되는 날이었다. 그런 시간이 가고 크리스마스는 그저 휴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는데 친구의 작은 제안으로 우린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설레었다.


들켜선 곤란해


선물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만 원. 나를 포함한 친구 셋은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데 놀랐다. 그럴수록 우리는 금액을 절대 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선물을 고르는 건 쉽지 않았다. 고르고 고른 끝에 나는 만 원을 조금 넘겨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우산을 골랐다. 두 개 합쳐서 만 원가량을 초과했다. 예산을 넘긴 걸 들켜선 곤란하니 우선 가격표를 떼고 카드와 함께 포장을 했다. 오랜만에 포장을 하니 마음먹은 것처럼 예쁘게 되지 않았지만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쓰고, 포장을 하는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친구들과 만나 각자 선물을 개봉하는데 모두 예산을 훌쩍 넘은 선물을 준비했다. 카드지갑과 미니백. 만 원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친구 s와 j에게 “나도 만 원을 넘었지만 너네는 너무 하다”라고 했더니 s는 “처음에는 진짜 만 원을 넘기지 않으려 했는데 막상 사려다 보니 이왕이면 잘 쓸만한 걸 준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니 장난으로 시작했어도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그 고마운 마음이 전해졌다. 역시 마음이 담긴 선물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각자 받은 선물을 살펴보다 자연히 카드로 눈이 옮겨졌다. 그런데 카드는 나와 j만 써왔다. s는 본인은 악필이라 쓰지 않았다는 핑계를 댔다. s의 글씨가 예쁘지는 않지만 악필은 아닌데 크리스마스 연휴와 마감이 겹친 탓에 바빴던 모양이다 하고 넘겼다. j가 카드 내용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 서운했던 것과 그럼에도 건강관리는 잘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 더 행복하고 글씨가 예쁘지 않아도 성의를 생각해서 기쁜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작은 이벤트 덕분에 굉장히 설렜다.


꽁꽁 싸매고 와야 해


3년 만에 친구 s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s는 서울은 엄청 추우니 단단히 입어야 한다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말도 꼭 도톰한 걸 신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나는 겨울 양말이 없다고 했더니 다음날 바로 도톰한 겨울 양말을 한가득 사서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 사진을 보고서 올해도 산타 이벤트가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해 크리스마스처럼 또다시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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