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한 번째 이야기 [2024. 4. 5. 금]
누군가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서로 웃으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진짜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터 놓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어쩐지 사람들은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 처음 만났어도 금세 친근함을 표현하고는 하는데 어릴 때는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싫었다.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건 달라진 게 없는데 지금은 '나를 편하게 생각하나 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긴다.
사실 낯선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새로운 것보다는 먹어본 음식, 좋아하는 커피, 즐겨 찾는 곳 등 익숙하고 정겨운 것을 좋아한다. 얼마 전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거기서 유난히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 있었다. 웃는 얼굴에 사교성이 좋아 그녀의 곁에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 주변에 앉아 가만히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새로운 자리에 가면 누가 나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 까르르 소녀처럼 웃는 사람들을 보며 함께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붙임성이 좋은 그녀는 나에게 여러 번 말을 걸어왔다. 오늘 처음 만났는데, '언니'라고 친근하게 불러 어쩐지 나도 경계심을 살짝 늦추게 되었다.
함께 먹고 마시며 까르르 거리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다음에 또 만나자며 인사를 하는데 역시나 그녀는 달랐다. 갑자기 와서 나를 와락 안더니, "언니! 다음에 봐"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그 무해한 웃음을 보면서 누군가 정해놓은 마음의 선을 이렇게 사랑스럽게 넘어오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