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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화 Oct 23. 2021

리버풀, 노예 무역항에서 비틀스의 도시로

  리버풀은 과거 18세기 노예 무역항으로 성행했으나 지금은 비틀스의 영향으로 2008년 11월 유럽의 문화도시로 지정되는 등 산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 취재진이 리버풀 시청 홍보 담당자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이 도시가 과거 노예 무역항으로 성행한 도시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는 “이 도시가 노예 무역상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실제로 많은 건물들이 노예무역과 관련된 건물들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 실제로 노예가 유입되거나 팔린 적은 없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도시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매년 노예 추모의 날을 지정해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 말했다. 그때 나는 문득 과거사에 대해 절대로 사과하지 않은 일본이 떠올랐다. 

  

  리버풀은 또한 다인종 시회이다. 아일랜드에 1945년부터 5년간 이어진 대흉년에 아일랜드 인구 8백만 명 중 4백만 명이 기근으로 희생되었고 나머지 4백만 명이 대도시로 이주했는데 그 도시 가운데 한 곳이 이곳 리버풀이다. 이 도시에 아픈 사건도 있었다. 1989년 축구경기장에서 리버풀 팬 96명이 압사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도시이다.

  

  리버풀은 사실 비틀스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공항도 존 레넌 공항이다. 매년 3천50만 명이 이 도시를 찾고 있고 그 가운데 2백만 명은 체류 관광객들이다. 2013년 취재 당시 인터뷰에서 그녀는 “2012년에 열렸던 뮤직 페스티벌에는 30만 명이 다녀갔는데 2013년 올해 8월에는 이 축제를 국제 음악 페스티벌로 격상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하면서 “이 또한 비틀스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 차원에서는 애플과 협력하여 비틀스와 관련한 새로운 상품들을 개발해서 비틀스의 고향이라는 것을 더욱더 강조하고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비틀스 전문가나 팬들이 성지 순례하듯이 이 도시를 방문하고 있다. 도시 차원에서는 비틀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비틀스도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버풀을 홍보할 때 그들이 사용하는 문구 역시 비틀스의 노래 가사이다. ‘There are all places I remember all my life’인데 바로 비틀스의 <In My Life>에 나오는 가사이다. ‘내가 평생 기억할 장소는 언제나 있다.’라는 내용으로 페니레인(Penny Lane)이나 스트로베리 필드(Strawnerry Field) 같은 곳들은 비틀스의 향수가 깃들어 있는 곳들이다. 

  

  리버풀에는 폴 매카트니가 설립한 실용음악전문학교 리파(LIPA, The liverpool institute for performing arts)가 있다. 이 학교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돈이 없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도 주어지는 학교이다.

  

  또한 리버풀에는 비틀스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딴 호텔도 있다. 바로  하드 데이즈 나이트(A Hard Day's night)이다. 리버풀이 유럽의 문화도시로 지정된 해인 2008년에 문을 열었다. 비틀스의 노래 제목처럼 힘든 하루를 보내고 쉬는 그런 곳으로 딱 인 거다. 이 호텔에 가면 비틀스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로비에는 조지 마틴의 서명이 들어간 비틀스의 예스터데이(Yesterday) 악보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계단 구성이 특이했는데 비틀스의 역사를 구성한 계단이었다. 제일 밑에 비틀스 초기부터 시작해서 계단을 올라올수록 시대가 변하면서 제일 마지막 계단에는 폴과 링고만 남아 있었다. 그만큼 설계에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이다. 

  

  이곳 호텔 관계자 말에 따르면 “고객들이 처음에는 너무 비틀스 이름을 쓰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머물고 나서는 다들 만족해하신다.”라고 한다. 이 호텔에 존 레넌 럭셔리 방도 있다고 하니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머물러 보고 싶다. 물론 고된 하루를 보낸 뒤에 말이다.

  

  또한 리버풀 호프 대학교에서는 '비틀스, 대중가요와 사회학' 석사과정을 개설하여 학생들이 비틀스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석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은 독일에서 온 제닌이라는 비틀스 석사과정 일 년 차 학생이었다. 그녀는 비틀스 팬이기도 하지만 관광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리버풀의 관광하면 비틀스로 상징되니까 비틀스에 대한 식견을 넓히려고 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인인 그녀는 어떻게 비틀스 팬이 되었을까? 엄마한테 물려받았다. 어머니가 비틀스 팬이었고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폴 메카트니의 공연도 보고 링고 스타의 공연도 보고 독일에서 영국을 왔다 갔다 하다가 리버풀에 와서는 이곳에 살아야 되겠다고 해서 1997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 그녀가 그동안 공부한 것은 비틀스가 활동했던 그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적인 배경에 대한 분석이다. 그리고 리버풀이 그 당시 언론에 어떻게 조명되었는지 비틀스가 어떤 장소에서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한 분석까지. 공부하면서 흥미로운 것들도 많다고 한다. 특히 게스트로 초청된 분들의 강의 가운데 비틀스의 매니저와 친했던 조 플래넌의 강의를 통해 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비틀스의 곡은 <Hey Jude>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4만 명의 관중 앞에서 폴 메카트니가 라이브로 공연한 장면을 잊지 못하고 있었으며 우리는 그녀와 함께 또 Hey Jude를 부르며 추억을 또 하나 쌓았다.


한때 세계 최고의 도심 항구였던 리버풀 알버트 독

♪ 추천 곡

- 비틀스 <Penny Lane>

; 비틀스 <In My Life> 가사 중 ‘There are all places I remember all my life’는 리버풀시가 시를 홍보할 때 사용하는 문구 

- Gerry & Pacemakers 〈You'll Never Walk Alone〉

: ‘당신 혼자서는 결코 걷지 않으리라 ‘는 리버풀 FC 축구단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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