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3일 목요일
봄기운이 느껴진다. 저녁에 금강변으로 산책을 나선다.
지난 1월에 세종시로 이사를 온 이후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바로 이 금강변 산책이다.
아파트를 나오면 바로 금강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어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금강변을 거닌다.
산책을 하다 보면 친구들도 생각이 나고 그러면 벤치에 앉아 전화번호를 누른다.
금강변 아직은 온통 갈색이다.
<나는 내 나이가 좋다>에서 작가인 메리 파이퍼(Mary Pipher)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거둔다면 세상은 보다 크고 흥미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했지만 이런 미래에 대한 상상은 얼마든지 허락했으리라.
'이제 곧 봄이 되면 연초록의 싹이 돋고 여름이 되면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나는 금강변 어느 숲 속에서 볕뉘를 즐기면서 독서를 하고 있으리라.'
금강변을 산책하면서 내가 제일 기다리는 것은
바로 세종의 금강 남쪽과 북쪽을 있는 보행교인 금강보행교 개통이다.
금강보행교가 개통되면 집 근처인 세종시청에서 금강 건너 중앙공원, 국립세종수목원, 세종호수공원까지 쉽게 산책할 수 있다. 지금은 강북까지 산책하려면 서쪽에 금남교나 한두리교 대교, 또는 북쪽에 햇무리교를 건너야만 된다. 금남교나 한두리교 대교를 거쳐 강북 쪽으로 서너 차례 다녀봤는데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이처럼 이 보행교가 빨리 개통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마침 3월 24일에 이 다리가 개통된다는 기사를 봤다.
또한 '금강보행교의 별칭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을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알았다.
'드디어 금강보행교에 별칭이 생기는구나' 하고 우리도 이름 짓기에 참여하자면서 남편과 머리를 맛 댔다.
자전거를 타고 아침에 캠퍼스 단지까지 다녀온 남편이 캠퍼스 단지가 집현동(집현전에 따온 이름)에 있었다면서 세종시에서는 모든 것을 세종과 연관 지어 명명되고 있다고 했다.
금강보행교 역시 세종대왕 업적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민투표란에 적힌 금강보행교에 대한 설명이다.
* 원형 주교량 길리 1446m =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년도
* 원형 주교량 지름 460m = 조선 4대왕 세종 / 6개 생활권 / 원형도시
* 시계방향 12개의 구역 구분 통한 각기 다른 컨셉의 이벤트 공간 조성 등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세종대왕을 검색하고 다리 이름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세종은 성이 전주 이(李)씨이고 이름은 외자인 도(祹)로 '이도'이고, 자는 '원정(元正) '이라는 부분이 눈이 들어왔다.
'유레카', 바로 이거야.
'이도 다리' 또는 '원정 다리' 어떠한가?
금강보행교는 두 개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 아래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도로이다. 자동차는 다닐 수 없다.
이처럼 다리가 두 개로 이루어져 있으니 세종의 이름과 연관 지어 '이도 다리'도 맞을 것 같고, 또한 다리가 동그란 원으로 설계되어 있으니 '원정 다리'도 세종대왕과 연결 지어 좋은 이름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신나는 마음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앱을 모바일에 깔고 접속을 했다.
참고로 세종시에서는 '시민투표 세종의 뜻'이라는 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앱에 접속한 후 아뿔싸 내가 착각했음을 알았다. 별칭을 공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안과 함께 세 개의 별칭 중에 하나를 택하는 조사였다. 1번 이응 다리, 2번 두둥 다리, 3번 둥근 다리
그리고 이런!
세 개의 이름 가운데 마음에 드는 이름도 없는 게 아닌가!
그래도 하나를 골라야 참여하는 의미는 있겠다 싶어서 1번을 선택하고 대신에 댓글을 달았다.
SNS가 아닌 이런 시정이나 기사에 댓글을 남기기는 처음이다.
대부분 시민들은 3개의 별칭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지만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분도 있었다.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데다 1억 원이 넘는 많은 예산이 든 희귀 다리인데 공모를 거쳐야 했었다. 세 개 이름 중 마음에 드는 이름도 없다.'는 댓글을 남겼다.
사실 지난 1월 중순에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사하고 이 금강 산책길을 걸으면서 세종의 남과 북을 잇는 보행교 이름이 금강보행교여서 그때도 이름이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민들의 제안 공모를 통해 이름을 선정했으면 더 좋은 이름이 나왔을 텐데.......
이번에 그나마 별칭을 짓는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3개 이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조사여서 '시민들의 제안 공모로 별칭을 지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시민들의 참여의식도 생기고 호응도도 좋았을 텐데 하는 이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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