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스크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어느새 대충 싼 걸로, 하나 집어서 나오려던 마음은 사라졌다. 그 대신, '이렇게 깜찍한데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로 골라야지' 하고 신중하게 제품을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약속 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장장 십 분이 넘도록 최종 두 컬러 간의 갈등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고민한 끝에 구매한 건 단일 컬러만 출시하는 해외 브랜드의 립밤이었다. 비록 구매를 하진 않았지만, '새롭고 발랄한' 화장품들에게 푹빠져서 보낸 시간은 꽤 즐거웠다.
내가 립 틴트를 고르면서, 결국 사지도 않은 제품들로 시간을 보냈음에도 즐거웠던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내 손에 쥐고 있는 이 틴트를 바르면 이 제품이 갖는 무드(Mood)를 이어받아서, 바르기 전보다 생기 있고 밝은 이미지가 내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설렘 때문이 아닐까. 화장품은 상상에만 존재하는 나의 모습, 이미지를 실제로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물건이다. 색조뿐만 아니라 기초 제품도 마찬가지다. 단지 효과 측면에서 볼 때 사용한 그 즉시 기대가 현실이 되느냐, 아니면 수 일에 걸쳐 점진적으로나타나냐의 차이일 뿐이다.
갓기천사는 최근 연예인뿐만 아니라 직업, 분야를 막론하고 훌륭한 능력의 인재들에게 붙여지는 애칭이다. (이미지 출처: 하단 기재)
집에 와서 동생에게 갓기천사가 뭔지 아냐고 물으니, "아 그거? 갓(God)이랑 아기천사를 합친 말 아니야?" 라며 곧바로 정답을 맞혀버렸다. 언제 알고 있었나 신기해서, 너도 이 단어를 쓰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20대 후반의 언어 세계관에서도 흔한 말은 아니구나 싶어 알량한 안도감이 드는 한편, 정확한 단어의 의미가 궁금했다. 갓기천사는 신(God)과 아기 천사가 합쳐진 단어로 어린 나이임에도 신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른바 '조기만성형 인재'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제 '빼박' 30대인 나는 잘 모르는 신조어를 쓰는 세상에 오니 조금은 쑥스럽고, 조심스러우며,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쩐지 그들의 세계가 참 귀엽다. 내가 처음 이 브랜드의 틴트를 산 지가 한 7년은 된 것 같다. 그 후 타겟 연령대나 아이덴티티와는 점점 멀어진 나와는 다르게, 브랜드 이미지는 아직도 여전히 밝고 당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브랜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브랜드다. 비록 시간은 몇 년 지났지만, 나도 한 때는 주요 타겟층이었던 사람인데... 갓기천사, 익숙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