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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전신간 Feb 27. 2023

무향 제품에서 향이 난다고요?

영유아용 제품도 아닌데 베이비 로션 향이 나는 것처럼

정확히는 ‘향료(Fragrance)’로 표기할 수 있는 성분을 쓰지 않은 제품을 무향이라고 표기한다.

원료마다 자체의 특이한 냄새(;특이취)가 조금씩 있어서, 향을 일부러 첨가하지 않았음에도 냄새가 느껴질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바르고 난 직후 피부에서 화장품 특유의 향이 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원료 성분 중에 ‘향료’가 없는 제품은, 굳이 말하자면 무향 제품에 해당한다.


무향(Fragrance-free) 제품

무향이라고 표기할 의무 사항은 없으며, 특별히 무향 제품이라는  강조하고 싶으면 화장품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표기한다. 해외 제품에서도 ‘프래그런스 프리라고 표기된 바디로션이나 바디 크림은 쉽게 찾아볼  있다. 주로 , 유아용 제품 또는 어린이용 제품이 무향을 소구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들은 면역 체계가 성인에 비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과민 면역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영유아용 제품은 일반적으로 무향 제품이 선호된다.


아무튼 완제품에서 소비자가 향을 느낄 만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굳이 제품을 무향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해당 원료를 특이취가 적은 원료로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원료의 물성이 특이해서 대체할 원료가 없다면 불가피하게 특이취를 가려야(마스킹, masking)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경우는 반대로, 마스킹을 위해 향료가 의도적으로 첨가됐으므로 첨가 후 향은 안 날지라도 무향 제품이 아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아비노(Aveeno), 세타필(Cetaphil) 제품이 민감성 피부를 위한 무향 제품으로 소개 되었다. (출처: 글 하단 기재)


피부 트러블에 민감한 소비자, 예를 들어 아토피 또는 알레르기 피부의 경우 트러블이 평소보다 심하게 나면 가장 먼저 의심해 보는 게 화장품이다. 그러나 사용한 화장품이 무향 제품이라면, 우선 트러블 원인으로 유추할 만한 물질이 없으니 제품에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원인은 향이 아니라 다른 성분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이거나, 예민한 심리에 의해서 몸이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보는 게 옳다.


특이취가 나는 화장품 원료는 어떤 게 있을까

티타늄디옥사이드(TiO2) 같은 파우더 타입의 무기 안료, 광물성 원료들은 냄새가 잘 안 나는 편이고 합성 원료, 특히 실리콘 계열 오일류는 무색무취에 가깝다. 그리고 원료 중에도 정말 자극적이고, 향이 있는 원료는 그리 많지 않다. 애초에 원료가 그렇게 자극적이면, 그 원료로 제품을 만들 수도 없다. 제형에 사용했을 때 특이취가 두드러져서, 사용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은 비건 트렌드가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에서도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런 맥락에 따르면 천연, 식물성 원료가 가장 인체에 안전하고, 알레르기 반응도 훨씬 덜 일으킬 것 같다. 그러나 외려, 원료 특유의 냄새가 가장 잘 느껴지는 원료는 천연(Natural) 원료 또는 천연 유래(Natural-origin) 원료다. 예를 들어 화장품 원료로서 흔히 사용되는 다음 두 개의 원료가 그렇다.


나무에서 추출한 카나우바 왁스는 약간 달큰하면서 파우더리한 향이 살짝 난다. 칸데릴라 왁스도 이와 비슷한 향이 있다. 이 식물성 왁스들은 크림을 도톰한 질감으로 만들거나 립밤을 단단하게 하고, 수분 증발을 막아서 보습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


식물성 원료는 왜 합성 원료보다 특이취가 뚜렷한 걸까?

두 가지 관점으로 답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식물성 원료는 목적하는 성분 이외의 부수적인 성분들이 혼재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정제를 거쳤더라도, 애초에 식물체 내에서 생성된 형태에서 순수 정제를 하려면 공정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간다. 비용은 물론 그와 비례해서 늘어난다. 더 이상의 분리 정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제품에 적용하는 데에 각종 효율을 따져보았을 때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까닭도 있다.


시베리아 소나무에서 얻은 오일. 자연적으로 생성된 천연 물이지만 지방 분해, 혈액 순환 등 사람에게 이로운 효과가 밝혀져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출처: 글 하단 기재)


두 번째 이유는 당연하지만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그렇다. 테르핀(terpin-)류는 나무의 수지에서 추출한 성분인데, 사람은 방향제, 향수 원료로 쓰지만 나무는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쓴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나무는 그냥 자연에 존재하고 있었고 계속 거기에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화장품 원료로 써야겠다고 정했을 뿐이다. 화장품 원료로 쓰려고 나무를 육종한 건 아니다. 만약 그러했다면, 원료의 기능에 초점을 맞췄을 테니 부차적인 향, 색깔 따위는 부여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향수의 향료는 화장품의 향료랑 다른가

화장품에 들어가는 향료는 왜 대표적인 무첨가 소구 성분의 하나가 됐을까? 아예 향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향수는, 냄새가 독해서 못 뿌린다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향수 못 뿌린다는 사람보다 피부가 민감하다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보는데 말이다. 우선, 화장품과 향수에 쓰이는 향료는 다르지 않다. 다만 사용량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식약처에서 고시한 ‘알레르기 유발 성분’ 25종이라는 게 있는데, 폼클렌저처럼 씻어 내는 제품은 0.01%, 에센스처럼 씻지 않는 제품은 0.001% 이상으로 위에 해당하는 성분을 썼을 때는 '향료'라고 쓰면 안 되고, 정확한 화학 성분 명칭을 표기해야 한다.



향수는 방향류 제품에 속하는 화장품이며, 위 25종 향료 일부를 포함하는데 보통 오 데 뚜왈렛(EAU de Toillette)은 약 15% 정도, 퍼퓸(Parfume)의 경우 높게는 제품 총함량의 40% 까지 향료 원액을 함유할 수 있다. 그래서 향수와 화장품에 쓰이는 향료는 종류는 같아도 함량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다. 알레르기 반응이나 피부 민감도 면에서도 자극을 유발할 가능성은 화장품보다 향수가 훨씬 더 높은 편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향료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라고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이는 화장품으로까지 확대됐다.


 개인적으로 화장품은 사용자의 기호도, 개성을 고려해서 만드는 상품이니까 향료의 사용이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제한 함량을 준수하여 사용하면 순기능이 더 크니까. 다만 무향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의 요구도 존중하여 다양한 선택권을 제시하는 게 가장 좋은 답이라고 생각한다.


TMI. 경험한 원료 중에서 가장 독특한 원료는 오렌지 껍질 왁스였다. 살짝 파우더리 하면서도 상큼한 그 향은, 마치 캔들 워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빛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 원료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지만, 브랜드 매니저가 “제품에서 오렌지 향이 났으면 좋겠어요!”(나: ”… 뭐… 라고요, BM님? 흑흑…”)라고 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제품을 개발할 때 사용해보진 않았다. 시트러스 향은 발향력이 강하지만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서, 향수로는 언제나 아쉬운 향이다. 변취나 향이 옅어지는 경우만 아니라면 립밤에 사용하기 좋은 원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7 Best Fragrance-Free Lotions That Are Great for Sensitive Skin - Beauty by Bettina Francisco

https://www.preview.ph/beauty/best-fragrance-free-lotions-sensitive-skin-a00399-20220915


2) Anti-cellulite properties of terpene balsam - Siberianpinenutoil Org

https://siberianpinenutoil.org/anti-cellulite-properties-of-terpene-bal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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