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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전신간 Mar 16. 2023

엑소좀은 잘못이 없다 (feat. EGF)

타인(광고)의 기대를 저버릴 용기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화장품 세계에 엑소좀(Exosome)이란 성분이 등장했다. 사실은 여태 모르고 있었는데 “언니, 엑소좀이 뭐야?”라고 동생이 뜬금없이 물어보길래 ‘아니, 이젠 화장품 광고에 이런 생물학 개념까지 도입한다고?’ 란 생각을 했다. 


아마 인포타이즈먼트였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는 내용 같지만 사실은 ‘원료적 특성에 한하는 내용을 화장품의 효과처럼 소개하는' 광고를 봤나 보다.

 엑소좀을 넣으면 얼마나 넣어, 리포좀일지도. 아무튼 질문을 받았으니 책임감을 갖고 최대한 쉽게 말해줬다. 내 설명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두 번 물어보진 않더라. 이게 요새 이 쪽 산업에서 작고 뜨거운 감자와 같은 존재인가 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말이나 물건을 주고받는 것처럼, 세포도 세포들끼리 서로 여러 가지 물질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사람과 비슷하게 에너지원도 받고, 자신만 생성할 수 있는 특이 물질을 전달하거나 때로는 위험 신호도 공유한다. 세포가 사람을 닮은 것인지 사람이 세포로 이루어져서 그렇게 행동하게 된 건지, 참 오묘하다.

 


아무튼 세포는 세포 밖으로 물질을 내보낼 때, 막으로 싸인 구의 형태를 취하는데 엑소좀은 그 전달체의 일종이다. 엑소좀은 직경이 약 50nm로, 다른 전달체에 비해 거의 4배 이상 작다. 만약 편지를 주고받는 상황에 대응해 본다면,  봉투는 전달체 또는 엑소좀의 막이고, 편지지나 카드는 전달체나 엑소좀이 담은 물질에 해당한다. 


설명한 비유에 따르면 첫번째 카드는 엑소좀, 두번째와 세번째는 보통의 전달체다. 세 가지 모두 편지지, 봉투 크기, 색깔은 다르지만 봉투와 편지지로 구성된 점은 같다.


엑소좀의 또 다른 특징은 엑소좀 자체는 그 엑소좀을 생성한 세포의 특성을 닮았다는 점이다. 이 특징은 엑소좀을 구성하는 막과 그 내부에 들어있는 전달 물질에서 드러나는데, 마치 편지의 내용에는 글쓴이의 필체와 호흡이 담겨있는 것과 유사하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우리는 모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구별할 정도의 각기 다른 외모를 갖고 있고  부모님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있다. 마찬가지로 간세포에서 나온 엑소좀과 뇌세포에서 나온 엑소좀은 엑소좀이라는 점에서 생물학적으로는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모세포(donor cell 또는 parent cell이라고 한다)의 특이성을 갖고 있어서 구별이 가능하다.


엑소좀 도입으로 치료 효과가 밝혀진 질환의 종류. 괄호 안의 숫자는 2021년 1월까지 완료 예정인 임상 갯수(출처: 하단 기재)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는 큰 언급이 없었는데, 엑소좀만의 특이성이 꾸준히 연구된 결과 지금은 당시에 비해 의학적 효용 가치가 아주 높아졌다. 작은 사이즈에서 오는 높은 막 투과 능력과, 엑소좀을 생성한 모세포의 특성을 닮았다는 점에서 엑소좀은 질병의 진단과 추적, 그리고 해당 병변 부위로의 치료제 전달 역할 등 의학적으로 활용 가치가 아주 크다. 알려진 적용 질환으로는 심혈관계, 간, 뇌, 근골격계, 면역질환, 그리고 피부학계에서는 상처 치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부에 생긴 상처는 출혈 발생 시점부터, 완전히 아물 때까지 크게 4단계의 회복 과정을 거친다. 가장 오래 걸리는 단계는 마지막 단계로 경우에 따라 3년까지도 걸린다.


"… 뭐? 상처 치유라고 했어, 지금?"


피부 미용, 화장품 산업에서 재생이라는 테마는 거의 ‘불로장생’급 키워드다. 시카(Cica), 호랑이풀, 병풀 등 마데카 크림의 완판 행진은 국내에서 치유와 재생 키워드가 갖는 엄청난 파워를 수많은 화장품 회사들에게 단단히 각인시켰다. 동국제약의 마데카 크림이 출시된 이후로 재생 크림, 더마 케어, 병풀추출물 함유 등을 골자로 해서 출시된 제품들의 수와 그 유형은 너무나도 많다.



'병풀추출물 화장품'으로 구글 검색 시 노출되는 수많은 화장품들


그런 와중에 엑소좀이라는 신규 물질이 상처 조직에서 염증은 줄이고 재생을 촉진한다니, 일부 화장품, 미용 업계 관계자는 서둘러 제품에 넣어 고가로 팔고 싶었을 것이다.  식으로 주목받는 동물 유래 성분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이미 식약처에서도 잘 알고 있다. 하여 2015년에 관련 성분에 대한 안전 관리 기준을 정한 바 있으며 최근 등장한 엑소좀 이 준하는 성분이다. 그래서 국내 바이오, 제약 회사들 열심히 엑소좀 치료제 및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현재 상품으로 시판 중인 엑소좀은 모두 화장품 원료에 속한다.  


엑소좀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식약처 고시 제2023-17호)내 부칙 제3조, 별표1, 별표3 내용 상 '조직 배양액'에 준하는 성분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제 아무리 피부에 좋은 성분이라 한들, 각질층을 투과하지 못하면 효과가 적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갈바닉 기기나, 바늘 달린 롤러를 써서 미세하게 각질층 투과율을 높이는 등 피부과 시술 및 관리에 대한 수요도 날로 늘고 있다. 그러나 엑소좀을 주사제로 맞을 생각은 금물이다. 앞서 말했듯 현재 화장품 법 상 엑소좀은 화장품 성분으로 관리되는 물질이다.



화장품 원료라서 덜 위생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의약품과 화장품은 그 목적과 적용 방식이 엄연히 다르므로 원료의 제조 및 관리 기준이 다르다. 따라서 엑소좀을 주사제로 사용하는 건 화장품 원료를 의약품으로 오용했으니 명백히 불법이다. 무엇보다도 엑소좀은 지금도 상용화를 위한 효율적인 추출 및 정제 기술을 한창 개발 중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미용적 가치보다는 의학적 가치가 너무나도 크다. 각종 면역 질환 치료, 항암 치료, 난치성 질병 등에서 우수한 효과가 기대되는 물질이라 상용화 시점과, 단가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로서는 화장품 분야에서 제대로 쓰인다고 보기 어렵다.




평소 생물학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헬리케이즈(Helicase)나 씨포스(c-fos)를 접할 확률은 아주 낮은 것처럼, 원래는 엑소좀도 그런 극악의 확률에 속하는 단어였다. 어떻게 해서 내 동생은 세포 전달체의 존재를 궁금해하게 되었을까. 그건 바로 어떤 크림이 엑소좀을 함유해서 효과가 탁월하다는 식으로 광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위 ‘올려치기’ 당하는 성분은 비단 엑소좀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고가에 고효능 성분이란 입지를 지키고 있지만, EGF는 등장 초기에 비하면 이제는 비타민C 수준으로 다소 식상해진 감이 있다.



EGF는 피부 세포 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의 성장 시기에 발현되는 인자이며 비타민 C는 세포 수준을 넘는 광범위한 항산화 효과가 있다. (이미지 출처: 사진 하단 기재)


화장품 광고는 ‘광고라서 그렇겠지만’ 무슨 성분이든 피부에 이로운 만 부각한다. 광고의 흡인력이란 어찌 보면 참 대단한데, 이를 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으로 이끌거나, 일상 속 과학을 이해하는데 일조할 수 있면 좋으련만. 그러나 광고는 본질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여 그 내용이 다소 왜곡되어 있으니 그럴 수 없어 아쉽다. EGF가 고함량 들었다고 해서 효과 또한 그에 비례하여 좋을 수 없을 뿐더러, 더구나 그 제품이 유달리 효과가 있는 이유는 그냥 마음에 들어서, 혹은 사용감이 내 취향에 맞기 때문이지 그 제품의 EGF가 효과를 발휘해서가 아닌데 말이다.


TMI(too much information):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말인데, 콜라겐으로 주름 개선 효과를 보려면 저분자 콜라겐을 섭취하는 게 바르는 것보다 낫다. 그리고 가장 좋은 주름 예방 화장품은 선크림이다. 피부는 장기전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듯이 고가의 시술과 화장품에 투자한들 피부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꾸준히 일상에서 행한 일들이 나중에 크게 돌아온다. 잊지 말 것.








이미지 및 기사, 논문 출처

1) 토종 바이오, 14조 시장 '엑소좀' 치료제 개발 속도… 임상시험 눈앞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11009064872913

2) Exosome 관련 논문(종합) 

https://www.mdpi.com/2073-4409/10/8/1959](https://www.mdpi.com/2073-4409/10/8/1959)

3) 엑소좀 이미지

https://www.mblbio.com/bio/g/product/exosome/index.html

4) 엑소좀 적용 질환 이미지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49272424_Therapeutic_Features_and_Updated_Clinical_Trials_of_Mesenchymal_Stem_Cell_MSC-Derived_Exosomes

5) 상처 치유 과정 이미지(영문)

https://www.inovanewsroom.org/ilh/2017/05/wound-healing-center-at-inova-loudoun-treats-complex-wound-and-ostomy-cases/



기타 참고 기사

1) 화장품을 얼굴에 주사? '엑소좀 시술' 논란…"뜯어말려야"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0035

2) 엑소좀 기술력 세계 수준이라는데 국내임상 안되는 이유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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