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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전신간 Apr 28. 2023

MBTI는 못 바꿔도 퍼스널 컬러는 바꾸는 법

네, 맘대로 아무 색이나 쓰겠습니다


나는 무슨 색일까?


이제 퍼스널 컬러는 패션과 트렌드에서 하나의 개념 또는 상식이 되었다. 오죽하면 심리 테스트나 MBTI가 유행하는 것과 맞물려서, 2년 전에는 '퍼스널 컬러 K-test 성격 편'이 나오기도 했다.


퍼스널 컬러 성격 테스트, 결과가 16가지라서 MBTI 유형과 일대일로 매칭된다.(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성격은 타고난다고 한다. 자라온 환경의 후천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유전적인 특성 또한 성격 형성의 바탕이 되므로 본질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유사하게, 타고난 피부색 또한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웜톤이면 아무리 미백 시술을 받고 미백 기능성 화장품을 발라도 23호에서 21호는 될지언정 절대 쿨톤은 될 수 없다.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의 쉐딩스틱, 왼쪽이 1호 웜톤이고 오른쪽이 2호 쿨톤이다.(이미지출처: 네이버 검색)

 요즘은 화장품도 단순히 핑크나 코랄이 아니라 웜과 쿨, 뉴트럴과 같이 톤의 명칭을 호수명으로 해서 출시된다. 내가 웜톤이라면 웜톤 제품을 사고, 쿨톤이라면 쿨톤 제품을 사게끔 제품이 먼저 제시해 주는 셈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최근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았다. 는 진단을 시작하기 전, 사전 질문지에 좋아하는 색과 싫어하는 색을 적었다. 늘 하는 일이 아이섀도우나 립스틱 조색이라서 나는 내 퍼스널 컬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망의 진단 결과, 아까 싫다고 한 색이 나의 퍼스널 컬러로 밝혀지면서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퍼스널 컬러 진단 가서 찍은 사진. 공교롭게도 옷을 워스트 컬러로 입고갔다.(이미지 출처: 본인)

결과가 기대와 달라서  우울했지만, 아무튼 나는 턱 아래에 빨주노초파남보의 15도 각도로 예쁘게 펼친 천을 올리고 베스트 컬러, 워스트 컬러 사진을 한 장씩 찍었다. ‘이게 고객님의 퍼스널 컬러예요’라는 말을 들은 사진 속 얼굴은 한 층 어두웠다.




톤체성의 혼란

*톤체성: 톤 tone과 자아 정체성을 합친 신조어


나는 가을 스트롱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중간 밝기, 고채도의 색상. 그러나 보면 볼수록 연지 곤지 색동저고리가 연상되어서 세련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가을 딥에 해당하는 컬러도 괜찮다며 맥의 듀보넷을 추천받았다. '... 이런 딥다크 빨간색 입술에?' 선뜻 바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마침 테스트 샘플을 가져오셔서 발라볼 것을 권하셨다.


맥(MAC)의 듀보넷은 대표적인 가을 딥 컬러 제품이다. 우측은 웜톤인 사람이 바른 사진.(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나는 이 낯선 색깔의 립스틱과 함께, 나는
새로운 톤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한 번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없는 색이지만 이게 내 퍼스널 컬러라면, 익숙해져 보리라.




답은 정해졌 넌 선택해.


주뼛거리며 립스틱을 입술에 대보려는데, 불현듯 과거 기억이 선연하게 떠올랐다. 


짙은 갈색 니트를 었던 10년 전 어느 날, 그리고 엄마 화장대 속 검붉은 립스틱을 발랐을  노랗던 얼굴. 이 기억들은 마치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 주마등처럼 스치는 경고 같았다.



좌측의 주백색 형광등이 내가 기대한 환한 얼굴빛이었으나 실제로는 백열전구처럼 살짝 노래보였다.(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퍼스널 컬러는 얼굴빛을 밝혀주는 컬러라고 했다. 

실제로 입술 립스틱을 바를 수록 얼굴의 노란빛이 점점 아졌.  경우에 얼굴빛이 밝아진다는 , 마치  백열전구에 불이 들어온 듯한 밝음이겠구나. 그건 맞는데, 문제는 그게 별로 마음에  들었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이효리는 가을 딥,  레이디가가는 겨울 다크에 해당하는 메이크업 같다. 두 컬러 영역은 명도와 채도면에서 인접해있다.(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이효리와 레이디가가의 입술을 보면,  사람이 바른 제품의 색깔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효리 피부는 갈색빛 두드러지고 액세서리도 황금빛이 돋보이는 반면, 레이디가가의 귀걸이나 목걸이는 훨씬 색감이 빠져 보인다. 


내 피부색은 굳이 따지면 둘 중에 이효리의 피부색에 가까울 것이다. 러나 처럼 짙은 립스틱을 발라서 얼굴 해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가을 딥 컬러도 쓸 수 있다는 말씀은 옷에만 한정하고 가을 딥 컬러의 화장품은 안 쓰는 걸로 '내 마음대로' 결론을 내다.





퍼스널 컬러바꿀 수 있다.


 최근 올리브영 매장에는 사계절 톤 별로 제품들을 진열한 매대가 생겼다. 나는 당연스레 가을 웜톤으로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편안하고 익숙한 컬러 제품들로   뭘 집어도 중박 이상은 칠 것 같았다. 반면 바로 옆의 여름 쿨톤 코너는 어떤 제품이 꽂혀있는지조차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4월 올리브영 '인생내컬' 진열매대. 각 퍼스널 컬러별 모델은 네 명이 아니라 다 같은 사람이다.(이미지출처: 하단기재)


그런데 퍼스널 컬러별로 전부 다른 네 명의 모델을 쓴 줄 알았더니, 저 네 명이 거짓말처럼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컬러렌즈나 포토샵이 미치는 영향도 다. 하지만 아무리 래도, 몇 번을 봐 전부 다른 사람 같다.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을 때, 내가 방문한 곳은 물론이고 어느 센터에서든 퍼스널 컬러 화장을 안 한 맨 얼굴로 진단해야 정확하다고 한다. 화장해도 정확하게 퍼스널 컬러를 알 수 있다면 굳이 왜 맨 얼굴로 진단을 받아야 할까?


 이 말은 화장으로 본인의 톤을 바꿀 수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 고로, 능숙하기만 하다면 저 뷰티 인플루언서처럼 본인의 퍼스널 컬러가 아닌 색으로 화장하고,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수 있다.


화장이 유지만 된다면 퍼스널 컬러를 뛰어넘는 소위 '톤 파괴자'로 등극할 수 있다.(이미지 출처:구글 검색)




나의 워스트 컬러 퍼스널 컬러


개인적으로 퍼스널 컬러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와 안 어울리는 컬러 모두'라고 생각한다. 


워스트 컬러도 내 퍼스널 컬러다. 


나에게는 가을 스트롱 컬러라는 정답이 주어졌다. 그러나 정답이 주어졌다고 무조건 그 답만 고수할 게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오답이 정답이 되게 하는 것도 나에게 달려있다.


곽윤기 선수는 톤그로 같지만 사실은 초고수일 수도 있다.(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그리고 정답과 오답, 그 모든 컬러들을 내 마음대로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심미적 관점에서 나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소위 '톤그로'인 척 연기하는 '톤잘알'이 된 것이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


내가 좋아하던 색과 영영 이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단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제 나에게 어울리는 색과 안 어울리는 색은 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는 사실, 그뿐이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출처: 2020년 정관장 설 특별 CF 캡쳐)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색깔과 억지로 친해지려고, 눈 딱 감고 갈색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된다. 노력한다고 피부톤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퍼스널 컬러는 바꿀 수 있다. 왜냐면, 컬러에는 정답이 없지만 나는 언제나 정답이니까.








이미지 출처

-'인생내컬'로 소비자 취향 저격한 CJ올리브영 새 광고

https://naver.me/5FZ1sYnh

-곽윤기 선수 관련:

https://namu.news/article/1582398#gsc.tab=0

https://youtu.be/Rig2xu8YUrc

-2020년 정관장 설 특별 CF:

https://youtu.be/Rig2xu8YU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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