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때문에 칩거 중인 캐릭터(좌)와 야외 신체 활동엔 흥미가 없는 천재 해커(우)는 피부가 하얗다.(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상남자 울버린도 권유합니다
하지만 자외선은 분명 피할 수 '있는' 대상이고, 피한다고 해서 비겁해지지도 않는다. 다만 내 피부 건강, 내가 알아서 지킬 거라는데 어떻게 이를 잘못되었다고 말하겠는가. 선크림 안 바르면 얼굴이 탄다는 건 그들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안 바르는 건 화상이든 얼굴 검어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중 일부는 바르는 게 귀찮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선천적으로 일광 화상에 강한 피부를 타고나서 별 다른 문제가 없었나. 아니, 어쩌면 각질과 붉은 반흔, 따가움보다 더 신경 써야 할 일이 있었겠지.
어디까지나 신체의 자유는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쓰는 것도 본인의 결정에 맡길 일이다. 워낙에 야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적어서 피부가 타본 적이 거의 없었다면 선크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태양광의 공격으로부터 전혀 피부가 타지 않을 수는 없다.
좌측부터 세 번째까지는 되직함, 백탁 정도의 차이만 있는 일반적인 선크림에 가깝고, 4번은 고체인 선스틱, 5번은 파우더 타입이다.(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선크림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제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선스틱, 선로션, 심지어 선 파우더도 있다. 그리고 선크림의 사용감이나 백탁 정도도 십 년 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아이크림이나 한방 제품에 비하면 가격 또한 아주 저렴한 생활용품 수준이다. 그런데도 안 쓰는 건 순전히 귀찮거나,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영화 엑스맨의 캐릭터로 유명한 휴 잭맨은 강한 육체미 캐릭터의 현신과도 같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편중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액션 배우로서의 경험이 훨씬 더 많다. 그런 '강한 남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선크림 바른다고 유약한 녀석 운운하는 사람은 농담이겠지.
휴 잭맨은 콧등에 피부암 판정을 받아 치료받은 후 본인 인스타 계정으로 평소에 선크림을 챙겨 바르라고 말했다.(출처: 인스타그램)
전 아무것도 안 발라요
한편, 선크림의 필요성에 대해 한창 얘기할라치면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전 아무것도 안 발라요'라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경우도 조금 난감하다. 아마도 남성이 피지 분비량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서 보습제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나 또한 세안한 직후는 조금 당길지라도, 1시간 이내로 피부가 편안해지는 지성 피부라서 그들을 이해한다. 게다가 피부가 촉촉해본 적이 별로 없으니 보습제를 발라서 촉촉해진 피부를 답답하게 느낄 때도 있었다.
자외선의 영향을 25년 간에 걸쳐 증명하신 트럭 기사의 사진. 오른쪽 얼굴의 주름이 확연하다.(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그럼에도앞으로 햇빛 보고 살 날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많이 남았고, 함께 할 우리의 신체는 지금보다 더 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괜찮았다고 앞으로도 계속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변명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그만두라고 감히 조언한다.
바즈 루어만의 Wear the sunscreen이란 노래가 생각이 난다. 칼럼니스트 슈미츠가 1997년도에 했던 가상 연설인데 이를 바즈 루어만이 일렉트로닉하게 믹싱했다. 노래 가사는'선크림을 바르세요'로 시작해서, 이 말에는 이견이 없다는 긴 호흡의 문장으로 이어진다. 삶, 인생 조언 등으로 이루어진 가사들은 고루한 할아버지의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무튼 리드미컬하고 독특한 노래다. 마치는 가사는 다음과 같이 수미상관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