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나를 바꿔나가는 힘을 아름다움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얼굴이 땅기거나, 하얗게 트는 부분이 눈에 띈다. 극지성 피부라고, 당당히 자부하는 나도 환절기에는 예외가 아니다. 중학생 때 있었던 일이다. 옆 자리에서 늘 장난을 걸어오던 짝꿍이, 여느 때 같지 않게 착 가라앉은 말투로 말했다.
순간 나는 아주 당황했고 부끄러웠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아, 그래?" 하고 최대한 무심하게 대꾸했다. 그리고 코를 핸드폰에 흘끗 비춰본 후 천천히 일어났다. 그다음, 교실 문을 나서자마자 걸음도 재빠르게, 그 누구도 내 얼굴을 보지 않기를 바라며 복도를 달렸다.
분명 아침에 집에선 안 이랬는데. 콧대 중간부터 시작해서 코 끝, 콧 볼까지 코 전체에 허옇게 각질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치 가쓰오부시 부스러기, 또는 압력 밥솥의 추 근처에 말라붙은 쌀 풀 같기도 했다.
열심히 물을 묻혀본들 요지부동에, 살살 잡아 뜯어도 피부만 빨개질 뿐 각질들은 잘 없어지지 않았다. 평소 화장품 바르는 게 답답하고 귀찮아서 소홀했던 것이, 결국 이렇게 건조한 피부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화장품의 필요성을 사무치게 깨달은 한편, 나의 산유국 피부도 건조할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지성 피부라고 항상 번들거리는 건 아니다. 이따금씩, 건조해지기도 하며 각질이 생기기도 한다. 당시 나는 눈에 띄는 각질은 당장 없애야만 속이 시원했다. 이런 각질은 필링젤을 발라서 셀룰로오스와 함께 일부 제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질은 단순한 제거의 대상이 아니다. 피부에 보습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신호다.
그날 이후 각질이 얼굴 한복판에서 난리부르스를 추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내 태도는 여전히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끔 콧잔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날이 추워지면 전보다 살짝 묵직하고 기름진 로션을 바를 뿐 여전히 무심했던 것 같다.
나는 선천적으로 피지 분비가 활발한 탓에, 화장품을 바르는 걸 싫어했다. 학교 다닐 땐 개기름으로 떡지는 앞머리가 제일 신경 쓰였고, 손거울은 커녕 얼굴을 살펴보는 건 아침저녁 세수할 때가 다였다. 30대가 되도록 모공, 트러블이 가장 큰 피부 고민이었고 피부 관리랄 것도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는 알기 어렵다. 그렇기에 각질이 보이면 우리는 그전에 피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보통의 지성 피부는 평소에 피부로 인한 불편함이 거의 없다. 그래서 화장품 사용에 건성 피부보다 다소 무심하기 쉽다. 그렇기에, 더 적극적으로 피부에 관심을 갖고 화장품을 탐색해야 한다.
건조한 피부는 수분, 유분 모두 부족할 수도 있고, 유분은 과도하고 수분은 부족할 수 있다. 피부는 피지를 분비하지만 수분은 분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성이나 건성 등 피부 타입은 절대 불변의 것이 아니다. 피부는 몸의 컨디션은 물론이고, 항상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제의 피부 상태는 오늘과 다를 수밖에 없다.
건강한 피부는 유수분 밸런스가 잘 맞는 피부다. 피부는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의 1차 방어 기관이고, 피부의 유분과 수분은 피부가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한 조건이다.
힘든 상황을 진탕 겪고 난 당사자에게, 과거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들은 대부분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말했을 것'이라 한다.
피부 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현명한 걸까? 피부 고민으로 고생한 사람들이 이 질문을 받는다면, 그들은 과거의 자신에게 뭐라고 하고 싶을까? 만약 내게 묻는다면 세안, 선크림 바르기 등 중요한 몇 가지 중에서도 나는 두말없이 '보습'을 잘해주라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