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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비건(Vegan) 화장품을 삽니다.

22년 한 해 동안, 나는 얼굴에 뭘 바르고 살아왔나(스킨케어 편 1)

by 완전신간

Into the unknown, 포스트 COVID-19의 세계를 향하여

화장품 제조 회사에서 제형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브랜드 매니저나 자사 제품 전략팀의 개발 요청을 받다 보면 국·내외 화장품 최신 트렌드나 흐름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올해는 국·내외 헬스 및 뷰티 업계 모두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엿보이는 한 해였다.

총 10홋수 이상의 다양한 컬러 차트를 선보이는 립스틱, 섀도우와 라이너 겸용 제품 등의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사들이 많아졌고, 톤업 크림이나 자외선 차단제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는 요청이 증가했다.

그럼 올 한 해 동안 우리는 얼굴에 뭘 바르고 살았을까. 개인적으로 총 세 가지를 꼽아보았다.


1. 비건 화장품

팬데믹의 영향권 아래 있던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헬스·뷰티 산업 내에서는 환경과 자연보호 등의 윤리 의식이 팬데믹 이전 대비 급격하게 성장했다. 건강 및 개인위생 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동향은 비건주의(Veganism)다.


비건은 국내에서는 식이요법, 식단의 영역에서만 주로 언급되던 개념이었다. 그러나 서양에서의 비건은 식단뿐 아니라 생활양식까지도 아우르는, 상당히 넓은 개념이다. 식물 유래 제품이라도 가공 중에 동물성 물질, 재료가 사용되면 아웃이다. 그리고 설비도 동물성 식품을 가공하는 설비와는 별도의 전용 설비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의류나 생활용품에도 적용되어 왔는데, 국내에서는 그중에서도 화장품이 본격적으로 비건 인증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 각 국의 비건 인증 기관 로고, 좌측부터 이브 비건, 비건 소사이어티, 리핑 버니, 페타 비건 (이미지 출처: 구글)


프랑스의 이브 비건,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 미국 및 유럽의 리핑 버니, 페타 비건 등 다양한 국가와 비건 인증 기관에서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원료의 기원이 동물에서 유래한 경우, 해당 원료가 함유된 화장품은 비건이 아니다. 원료 제조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거친 원료 또한 비건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기관마다 요구 서류나 항목은 차이가 있으나 비건 인증을 위한 조건은 기본적으로 유사하며 국내 제품도 해외의 비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팬데믹의 배경에는 자연환경의 영향이 있었고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화장품에도 그 인식이 확대되었다.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들도 인증이 가능한 원료로 대체 후, 비건 인증 제품으로 리뉴얼되고 있다. 효능면에서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동일한 성분이지만 원료 제조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원료로 바꾸는 것뿐이다. 그리고 원료사에서는 화장품 제조사로 원료를 납품하기 위해 서류 및 신설 항목을 추가하고, 브랜드사는 비건 인증 단체에 매 년 혹은 분기별로 인증 갱신을 신청하는 절차를 거친다.



주로 비즈왁스는 립밤이나 립스틱에, 라놀린은 크림 등에서 경도 형성, 보습을 위해 사용하던 원료이다.(이미지 출처: 구글)


현재는 비건 인증 제품이 미인증 제품에 비해 단가가 특별히 비싸지는 않다. 미인증 제품의 원료들도 인증을 받지 않았다 뿐이지, 기존에도 비동물성 원료였고 서류만 미비한 경우가 대다수다. 애초에 화장품에 동물성 원료를 쓰는 경우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다. 스킨케어 제품에는 컨셉 성분으로 꿀이나 갑각류 유래 글루코사민을 첨가하거나, 보습을 위해 비즈왁스, 라놀린 등의 양털, 벌집 등의 부산물을 사용하곤 했다.


팬데믹 이후로 국내에서 비건의 검색량이 급증했다.(출처:네이버 데이터랩)


그러나 유사한 사용감의 합성 원료나 식물성 원료가 있어서 대체가 가능하고 때로는 합성 원료가 단가가 저렴한 경우도 있다. 제품 단가 인상은 주로 비건 인증 과정이나 갱신 비용에서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들은 값이 조금 더 나갈지라도 기꺼이 비건 제품을 구입할 것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사회를 목도하며 '진짜 행동'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뷰티 업계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난 한 해였다.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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