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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by 오슘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


저를 위해 마음과 정성을 다해주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한 오늘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이 되니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가족들의 생일이 되면 당사자가 있건 없건 항상 찰밥과 미역국을 해 주셨습니다.


생일인 사람이 배곯으면 안 된다고 찰밥과 미역국을 꼭 떠서 챙겨두셨습니다.


누구든 챙겨줘야 한 해가 배고프지 않는다고 말이죠.


덕분에 결혼하기 전 혼자서 보내는 생일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할머니께서 저를 위해 찰밥과 미역국을 끓여두셨을 테니 말이죠.


그것을 알기에 전 생일이 외로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


사춘기 땐 낳아 놓고 키우지도 않는다고 이럴 거면 왜 낳았냐 원망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저를 낳았을 때의 어머니 나이가 되어선 안타까웠습니다.


너무나 어렸거든요.


어린 나이에 저를 낳아, 여자로 한창 이쁠 나이에 엄마가 되었으니 그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이런 이유로 매년 생일이 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무나 행복한데 그만큼 마음 한편이 무겁습니다.


요양원에서 저희를 잊어가는 할머니 생각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원망의 소리를 조용히 감내한 어머니 생각에...


하지만 마음을 다해 저의 생일을 챙겨 준 짝지와 이쁜 아이들을 위해!


짝지가 선물해 준 다이어리에 가족들의 생일을 체크하며, 남은 시간은 감사의 마음으로 보내야겠습니다.


-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조만간 찾아뵙는 걸로,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은 낳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로 대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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