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밍고 컴퍼니의 도밍고입니다.
도밍고 컴퍼니를 만들면서 생기는 일들을 '도밍고 컴퍼니' 칼럼 시리즈를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도밍고 컴퍼니' 칼럼 시리즈는 매주 연재 될 예정이며, 이번화는 제가 도밍고 컴퍼니를 만들기 전의 내용입니다.
저는 작가도 아니고, 글을 잘 쓰지도 못합니다. 그저 공대 출신의 개발자입니다. 다만 글로써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가장 잘 팔린다는 4~5년차 대리급의 경력을 가지고 회사 밖을 뛰쳐 나왔습니다. 미생에 장그래는 스카웃되던데... 저는 오라는 데가 없네요. ㅋㅋ ~.~
대학교 4학년때 스마트폰이 마구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졸업작품을 만들어야 했기에 앱을 만들기로 했죠. 팀원들이 모두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앱을 만들기로 했고, 컨텐츠가 없어 K리그 구단에 마구 전화를 걸었었죠. 감사하게도 한 구단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열어줬고, 허접하지만 그 데이터로 앱을 만들어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허접한 퀄리티 덕분에 스토어에 올리진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구단에서는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회식비를 주셨고, 그게 제가 컴퓨터로 벌었던 첫 매출이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제 머릿속에 있던게 현실화 되는게 너무 좋았죠. 기획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런식이라면 엄청난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현업에 계셨던 한 멘토분께서 5년 정도는 개발자로 일해야 나중에 기획 할 때도 좋다는 말에 개발자가 되었지만, 역시 저는 개발보단 기획이 더 좋았습니다.
4년간 일했던 회사에서 저는 SI 업무를 맡았고, 그곳에서는 개발자의 역할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엔 한계를 느꼈죠.
이 업무를 위해선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하고, 내가 어느정도 책임을 져야하며, 일정은 언제까지 해야하고... 일을 하는 법은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회사에서 배웠던 것들은 앞으로도 저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제게 주어진 기능들을 개발 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기능은 개발 할 수 없더군요.
'리팩토링' 이란 개념을 알게되어 우리도 해보자고 신이 나서 떠들었더니 '최적화 같은 소리 하네~' 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좀 더 퀄리티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라이브러리를 만들어보자며 제안했더니 '그거 만들면 몇 맨먼스가 줄어드나?' 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정체되는 것 같았고, 이런 환경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저 저만 옳은 줄 알았죠. 대부분 그렇겠지만 IT 업계는 보통 야근이 잦습니다. 한 2년간은 대중교통으로 왕복 3~4시간 거리를 다녔는데, 6시에 일어나 씻고 출근해서 집에오면 12시였죠. 그렇게 2년을 살다보니 차차 이 생활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동료들 선배들의 말이 이해가 되었죠.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제는 주어진 일만 해서는 안되었습니다. 미리미리 챙겨야 할 일들도 있었고, 주도적으로 기능을 넣거나 빼기 위해 협상을 벌이기도 해야 했죠. 다행히 개발보단 말을 더 잘했는지, 그게 힘들진 않았지만 문제는 점점 말을 하는 업무가 많아지더니 어느새 반 이상이 말을 하는 업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제가 있던 환경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도전을 결심하게 된 글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원문이였고, 그 글을 정독했습니다. (링크 - Data Scientist: The Sexiest Job of the 21st Century) 무슨생각으로 이 원문을 끙끙 거리며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정말 글 잘~ 썼다며 밤 9시에 혼자 박수를 치며 뿌듯함을 느끼다가 문득 이 글이 언제 쓰였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출처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October 2012? 아~ 2012년 10월호구나~ 아...? 2012년?!
제가 글을 읽은 것은 작년 2015년. 무려 2년 6개월 전 글을 보면서 혼자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2년 6개월이 지나서 읽었다는 것이 충격인 게 아니라, 2년 6개월 전의 지식을 보며 감탄을 했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얼마나 공부를 안했으면, 관심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 홀로 퇴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려면 최소 80세까지는 일을 해야하는데... 과연 지금 내가 향후 50년을 더 일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는 이 업계에서 내가 5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다시 일을 배우지?
난 뭘 하고 싶은거지? 난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 하지? 무슨 언어를 다뤄야 할까? 아 맞다... 난, 내가 기획하는걸 만들고 싶어했지.
아! 뭔가 깨달음을 얻고는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운 뒤 결론을 내렸습니다.
회사에서는 배울 수 없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배울 수 있다" 입니다. 하지만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있냐고 하면 "그런 것 같다" 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취업난이 극심한 이 시기에 제 발로 걸어 나왔습니다. 이런, 저런 명분이 있었지만, 가장 큰 명분은 역시 "좀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으로 간다" 입니다. 제 결론이 한심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계획이 있긴 하지만 이 시리즈의 목적은 앞으로 제가 만나는 일들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게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좀 더 많이 배우기 위해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달릴 계획입니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매주 도밍고 컴퍼니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