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3주를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욕심 많은 나는 여러 능력치를 얻기 위해 3주 반복을 수차례 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습관이 되지 않더라. 한 달쯤 되면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그럼에도 습관을 만드는 노력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유는 역시 내가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1월 초, 일상에서 우연한 기회를 얻고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아직 3주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새로움을 갱신하고 있다.
내가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야는 ‘영어’다. 영어는 내 오랜 갈증이었고, 꽤 많은 도전을 했다. 그리고 모두 실패했다. 늘 고통받지만, 고통만 받는 한심스러운 분야다. 내가 어떻게 1월을 다르게 보냈는지, 세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이 칼럼은 ‘마음편’이다. 어떻게 마음을 먹는지를 소개한다.
영어 공부로 무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2013년이 떠오른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새벽에 학원을 갔다.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나 병원에 기어갔다. 그때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의사의 말에 “안 아프게 해주세요…”를 힘겹게 건넸다. 링갤 맞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 기억이다.
그저 열심히 하면 다 잘 될 거라 생각했다. 이후에도 퇴근 후 영어 학원을 가거나, 화상 영어, 전화 영어, 영어 공부 앱 등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봤다. 근데 안 되더라. 언젠가 영어 전공자 친구에게 내 영어 공부 스토리를 들려줬더니 이런 말을 하더라.
“세용아 넌 영어 전공자보다 영어 공부에 돈을 더 많이 쓴 것 같아.”
그럼 뭐하나, 맨날 작심삼일에 돈만 썼는데.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결코 무리하지 않는 아침 시간을 찾았다. 나는 지난해 회사 앞 도보 10분 거리로 이사를 왔다. 회사 출근 시간은 9시 반, 세상에 9시에 집에서 나오면 회사에 제일 먼저 도착한다.
이사 후 처음 몇 달은 그냥 아침을 즐겼다. 그러다 번아웃이 와서 잠을 보충하다가 올해부터 아침 시간을 만들었다. 습관을 만들려고 이사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1월부터 7시에 일어나 씻고, 시리얼을 먹고 8시부터 1시간 동안 영어 공부를 했다. 8시부터 옷을 입고 1시간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은 꽤 괜찮은 경험이다. 아침이라 연락 오는 곳도 거의 없고, 1시간을 정해두고 공부하면 꽤 빠듯한 시간이기에 집중도 잘 된다.
2주 차에는 7시에 일어나 1시간을 공부 했고, 3주 차에는 욕심이 생겨 6시에 일어났다. 조금 편히 시간을 써서 1시간 반 정도 공부하고 있다. 대신 취침 시간을 11시로 당겼다. 나는 7시간을 자야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7시간을 자면서 아침 1시간 정도 공부 시간을 만드는 건 내가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회사가 도보 10분 거리에 있고, 출근 시간이 9시 반이어서 그렇다. 내 부지런함 정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속하는 방법은 결코 의지가 아니라, 무리하지 않는 것이란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사실, 이게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내 동생은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프랑스에서 1년 살았고, 프랑스어를 쓰는 아프리카에서 3년 일했다. 지금은 2차 전지 생산 설비 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한다. 당연히 외국어를 나보다 잘한다. 프랑스어는 전혀 무리가 없고, 영어로도 일을 한다. 그런데 영어 공부를 더 해야겠단다.
1월 초 동생과 통화를 하다가 작년에 실패한 영어 공부 이야기를 했다. 내 실패 스토리를 듣던 동생은 덤덤히 내게 제안을 한다.
“형, 그냥 나랑 하자. 영어 공부.”
그렇게 시작된 영어공부 커리큘럼은 동생이 짰다. 이미 프랑스어를 배운 동생이기에 외국어 학습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 동생이 짠 커리큘럼이니 믿음이 생겼다.
또 한 명, STEW에는 스마트한 친구들이 많다. 몇몇은 해외에서 살다 왔는데, 그중 한 명과 종종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일 아침 내가 공부한 것을 공유하며, 내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같이 공부하는 프랑스 전공자 동생과 해외에서 살다 온 친구. 나보다 잘하면서 편한 친구와 함께하니, 부담이 없다. 어차피 이놈들은 나보다 잘 하니까 내 부족함을 보이는 게 부담이 없고, 원래 편하니까 귀찮게 하는 게 부담이 없다.
무리하지 않는 것을 지탱하는 ‘편함’이다.
개발을 배우고 싶다며 내게 묻는 사람이 참 많았다. 나도 개발을 잘 못 하지만, 아니 못 하는 내가 봐서인지 그런 질문들이 참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렇게 간단히 마음 먹는 거로 할 수 있으면, 왜 개발자 구인난이 있겠나?
왜 개발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어떤 언어를 다루고 싶은지, 어떤 도메인을 하고 싶은지, 프론트인지, 백엔드인지, 인프라가 좋은지. 그렇게 개발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면 그제야 본심을 말한다.
“아니, 그냥 내가 원하는 도메인 주소를 연결하고 싶어.”
응. 그래. 그건, 2만 원만 있으면 되는데… 왜 개발을 배우냐. 그렇게 시작하니 동기부여도 안 되고, if문, for문 보다가 포기하지.
그런데 나도 똑같았다.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지, 영어 공부로 뭘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가 않았다. 그냥 열심히 해서 영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건 개발을 배우고 싶다면서, 열심히 해서 언젠가 구글을 만들고 싶다는 것과 같다. 응, 안돼.
좀 더 현실적으로 목표를 쪼갰다. 일단은 쉬운 책 하나를 떼는 것, 그다음은 다음 레벨 책. 매일 기록하는 것. 매일 사용하는 것. 사용할 곳을 만드는 것. 애초에 마스터는 생각지도 않는 것. 목표를 좀 더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목표로 재설정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목표와 이 책을 다 공부하겠다는 목표는 철저히 다르다. 꿈이 너무 작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다 공부한 다음에는 이미 다음 책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연결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저 잘하고 싶다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무리하지 않으며 편하게 공부하는 행위 뒤에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그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말과 같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습관화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식을 보는 것과 내 공식을 만드는 것은 아예 다른 얘기다. 그건 걔 거고, 이건 내 거고.
어쨌든 이 세 가지 방법은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거다. 무리가 없고, 편한데, 내가 원하는 명확한 목표로 이어지니 안 할 이유가 없다. 3주간 지속할 수 없었던 이유다.
마음을 이렇게 먹었으면, 이 마음을 도울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야 한다. 다음 글은 내가 사용한 도구들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