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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용 Apr 24. 2016

도밍고 컴퍼니(10화) – 프리랜서, 눈 앞의 유혹

3주만에 다시 칼럼으로 찾아 뵙는다. 칼럼을 쓰고자 워드프레스 에디터를 열었는데,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 지 굉장히 고민 중이다. 왜냐면... 지난 3주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4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다가, 다시 그 회사의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한때 결코 프리랜서를 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나는 프리랜서를 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아침에 일어나 저녁까지 프리랜서 일을 하고 퇴근 후 매일 도밍고뉴스를 만들면서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프리랜서. 눈 앞의 유혹.


앞서 도밍고 컴퍼니 칼럼 9화에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 를 느꼈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렇다. 얼마 전 프로젝트의 책임자 또한 나를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이고, 큰 트러블 없이 프로젝트 철수를 했기에 나를 부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SNS 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 칼럼이나 세미나에서 들을 듯 한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었을때는 정말 느낌이 새롭다.


며칠 전에는 또 다른 프로젝트의 PM 이 지금 일이 끝나면 바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정말 뜻밖의 연락이었기에 순간 말문이 막혔고,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제안이 내게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고분고분 하지도 않고, 뛰어난 기술력이 있지도 않은데...


4년간 월급쟁이를 했던 나로써는 프리랜서로써의 내 단가가 좀 놀랍다. 한때 원하는 업무를 하지 못해 불만이라며 팀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연봉 천만원을 깎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물론 내가 했던 많은 개소리 중 하나로 꼽히며 놀림감이 되었던 말이지만... 나는 당장 돈을 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당장 1, 2천만원을 버는 것 보다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훗날 더 가치를 보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코 내가 돈을 싫어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이 업계에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 당장은 꽤 괜찮은 돈을 만질 수 있다. 때문에 다음 프로젝트의 프리랜서 합류 제안은 고민이었다. 자금을 마련하면 그만큼 내게 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니까.

고민끝에 나는 프리랜서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 물론 비정상적으로 높은 단가를 제안했다면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업계의 룰에 따른 내 단가라면 조금 더 내 일을 해보는게 맞다는 판단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 동료들과 많은 친구들이 이런 고민을 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결정을 하던지 돈 앞에서의 스스로의 성향을 깨닫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돈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너 내 동료가 되라.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 가 했던 명대사다. 대구에 내려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앞서 이야기 했다. 그렇게 내 사람들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프리랜서는 원래 독고다이다. 내가 봤던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그랬다. 할당량을 한 뒤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했고, 철수했다. 애초에 계약 조건이 그것이니 그것에 대해서 욕할 수는 없다. 때문에 나는 프리랜서와 일하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일은 하면서 늘어나게 마련이고 누군가는 해야 되거든. 그게 늘 정직원들의 몫이었지.


물론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 개발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많이 배웠다.


나는 혼자서 일을 할 때보다 여럿이서 일을 할 때 몇 배의 효율을 내는 개발자다. 내 주변엔 늘 많은 동료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과 함께 일했다. 가끔 업무 미팅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재밌고 좋아서...


프리랜서 생활을 한 달간 하면서 내 성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절대 혼자서 일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나는 동료들과 계속해서 연을 이어가기 위해 또 하나의 팀을 만들었고, 13명의 개발자들을 모았다. 이들을 비롯하여 또 다른 나의 팀원들이 뭉쳤을 때 만들 시너지를 생각하면 굉장히 흥분된다.

이런 내 성향이 훗날 어떤 일을 가져올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퇴근 후 2-3시간. 도밍고 뉴스


업무시간에는 내 삶을 유지 할 자금을 벌기 위해 일했다. 프리랜서 제안을 고민하며 다음 스탭을 생각하기도 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일하는게 내 행복에 더욱 가까울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퇴근 후 8-9시에 카페에 도착해 매일 2시간 이상 도밍고뉴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한달을 보냈더니 현재 새 글과 페이스북 정보를 서버에서 긁어오고, Android 디바이스에 송신하여 리스트화 하는 것 까지 완료했다.


<도밍고뉴스 1.0 | 메인 리스트>



졸업작품 수준이라 말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획부터 디자인, 서버, 클라이언트까지 전부 경험해본 개발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나는 내 머릿속의 무언가를 현실화 하는게 좋아서, 너무 좋아서 개발을 시작했다. 때문에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주는 일은 내게 꽤나 힘겨운 시간이기도 했다.


도밍고 뉴스를 만들면서 나는 내가 극도로 집중 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내가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를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은 push server 를 구현하는 중 인데, 이게 구현되면 Android 도밍고뉴스 1.0 버전이 출시 될 예정이다. 그리고 곧바로 iOS 개발에 돌입한다.


도밍고뉴스를 만들면서 나는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내게 '회사 다니면서도 할 수 있잖아?'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단언코 '회사 다니면서 하는 것 보다 많이 배우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통장 잔고가 서서히 드러날 때, 눈 앞에 큰 돈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내가 힘들 때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 그리고 그 도움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 보지 못했던 수 많은 기회들 중 나는 어떤 선택을 선호하는지.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말 내가 하고 싶은지.


기회라 생각해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과연 제품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허접한 1.0 버전이 출시 되었을 때 내게 어떤 기회들이 또 찾아올지를 생각하면... 어서 세상에 보이고 싶다.


나는 내가 개발자인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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