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싸움 #4

데카르트, 생각하는 나는 있다

by 오세용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 문장이자, 내가 아는 유일한 철학 문장이다. 3장에서 다소 약했던 베이컨을 읽고, 다음 장에 보이는 '데카르트'라는 이름이 나를 무척 기대하게 했다.


데카르트가 어떤 인물인지는 전혀 몰랐다. 내가 아는 건 그저 생각하기에 존재한다는 문장뿐, 헌데 이 아재... 수학자에 과학자란다. 그것도 무척 뛰어난. x, y 좌표축, '직교좌표계'를 발명한 게 데카르트란다. 수학에서 미지수를 'x'로 표시하는데 데카르트가 책을 쓸 때 식자공에게 제일 많이 남은 철자를 물어봤고, 그게 x여서 미지수로 삼았다고 한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성찰>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내용인데, 책 구성이 무척 신박하다. 자신이 평생 공부한 내용을 6일 동안 생각하는 포맷으로 풀었다. 데카르트의 학문 목표는 '앎의 확실한 토대와 삶의 안정된 의미를 찾는 일'이었는데, 확실한 토대를 찾기 위한 고뇌를 풀어낸 책이 <성찰>이다.


<성찰>에서 데카르트는 하루하루 토대가 될 만한 것을 따져보고, 불완전한 것은 지워나간다. 그렇게 남은 것이 '생각'이다.


"생각한다? 여기서 나는 발견한다. 생각이 있다(cogitatio est). 오로지 이것만이 나와 나누어지지 않는다. 나는 있다, 나는 실존한다. 이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얼마 동안? 물론 내가 생각하는 동안."


데카르트는 분명 천재다. 무서운 것은 천재가 아닌 내게도 천재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게끔 편히 가이드를 해준 점이다. 더 무서운 것은 데카르트가 문제에 다가가는 흐름 자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미가 느껴진달까?


<생각의 싸움> 도입부에서 철학에서는 '철학자', 즉 사람이 중요하고, 이들은 모두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문제를 풀어왔고,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다소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다지 대단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과 지금까지 삶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달까?


"'여유' 또는 '한가함'이 학문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데카르트는 귀족이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의 여유는 갖추었겠지요."


저자 김재인 철학자님이 이런 나를 위로한다. 지금에서야 철학을 곱씹을 수 있음은 내게 '여유'와 '한가함'이 찾아왔기 때문 아닐까? 지금에서야 철학을 느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 아닐까? 지금에서야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생각의 싸움 종합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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