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해봐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지금껏 <생각의 싸움>에서 만난 철학자 중 가장 와닿는 주제다. 어쩌면 내가 지극히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자, 플라톤의 제자다. 두 거물과 긴밀한 관계였지만, 현실에 비교 대상이 없어 얼마나 대단한 위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비교 대상이 없는 것 자체로 이해하면 되겠다.
"중세에는, 영어로 'the philosopher', 즉 '철학자'에 정관사를 붙여서 얘기하면, 아리스토텔레스를 말하는 거였습니다. 그 정도였지요."
무척 마음에 든 철학자인 것은 내가 책 두 페이지 텍스트를 대부분 형광펜으로 칠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신없이 펜을 긋다 보니 전부 다 칠해버렸다.
"플라톤처럼 용모가 뛰어나고 건강한 사람이 소크라테스처럼 못생긴 사람보다 사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합니다. 그걸 부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타고난 뛰어남, 타고난 덕은 도덕적인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거예요. 도덕적인 평가의 영역이 아닌 거죠. 자기가 좌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고, 그냥 사는 데 유리한 특징일 뿐이에요. 그렇다고 나쁜 게 아니에요. 당연히 좋은 거죠. 하지만 도덕적으로 훌륭하다고 얘기할 사안은 아니라는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 특유의 현실주의가 그 안에 들어 있어요."
지금껏 만난 철학자 10명은 내게 있어 일탈에 가까웠다. 그럴 것이 수천 년 전 사람도 있었고, 당시 치열한 토론이 유일한 놀이인 시대 사람도 있었다. 심오함을 양껏 넣은 철학자도 있었고, 심하게는 '시간 참 많구나' 싶을 정도로 현실과 떨어진 연구라 느낀 것도 있었다. 철학사에서 중요한 장면들임은 맞겠지만, 현실에 사는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천 년 전 사람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무려 기원전 사람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달랐다. 현실에서 구르고 구른 시니어가 덤덤히 팩트폭행을 하는 느낌이랄까? 은퇴 후 후배 양성에 나선 '제대로 된' 멘토 같달까?
"반복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일정 기간 지속되어야 해요. 잠깐 동안만이 아니라 생애 전체를 통해 완전한 덕에 따라 활동하며, 여기에 덧붙여 동시에 외부적인 재화도 충분히 구비하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철학사에 중요한 발견을 했을지 몰라도, 지금껏 내게 최고의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다. 고고한 척 뒷짐 지지 않고, 팔 걷고 열변을 토하는 느낌이다. '이놈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외치는 것 같다. 내 스타일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가도, 이 사람이 기원전 엉아라니... 조금 세도 괜찮으니, 꿀밤 한 대 때리며 꾸중해달라 하고 싶다. 분명 내가 잘 못 하는 게 많을 텐데, 당신의 눈에 보이는 내 잘못을 짚어달라고 청하고 싶다.
아리스토텔레스 엉아. 꼭 한번 보고 싶네.
생각의 싸움 종합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