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인의 동반자, 칼 - 마무리

by 오타쿠마

수준에 맞지 않게 많은 칼을 구입하고 사용하였다.

우스토프 라인의 칼이야 학교 툴킷에 들어있던 칼이었다 치지만 그 후로도 칼을 더 구매했다. 자주 사용하는 칼도 있지만 모셔놓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칼도 있다. 간략하게나마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본인은 파인 다이닝, 캐주얼 다이닝의 콜드 섹션에서 일했고, 그로 인해 짧고, 얇은 칼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파인 다이닝의 경우 재료를 다듬는 데 있어, 균등한 모양을 원한다 (조리 시간, 굽기 등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브뤼 누아즈로 썬다 하면 각각이 거의 완벽한 주사위 모양을 요구한다. 두터운 칼로 썰면 야채나 과일이 써는 순간 뭉개져 버린다. 물론 칼로만 써는 건 아니다. 무를 작은 브뤼 누아즈로 썰어 피클 한 후에 가니쉬로 사용한 적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무를 직사각형으로 썬 후, Benriner 사의 만돌린으로 얇게 썰어 채를 친 후 브뤼 누아즈로 썰어낸다. 만돌린도, 칼의 날도 아주 얇아 균일한 형태를 유지 가능하다. 길이는 개인적 취향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셰프 나이프, 규토의 경우 18센티가 가장 짧은 길이이다. 본인이 주로 쓰는 칼의 경우 과거에는 날 길이 18센티를 선호하여 "그것보다 긴 경우에는 뭔가 내 손에 딱 맞는 느낌보다는 잉여스럽게 길고, 거추장스럽다는 느낌이 든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는데, 요새는 날 길이 27센티의 큰 칼을 사용한다. 파인 하지 않아도 되는 업장에서 일하기에, 재료를 대량으로 다듬을 일이 많기에, 파지법에 따라 절삭 범위 조절이 가능한, 내 몸에 맞는 선(팔뚝, 하박, 전완 아무튼 팔꿈치에서 손목까지의 길이가 자기 몸에 이상적인 칼 길이라 하더라)에서 최대한 긴 칼을 요즘엔 더 많이 쓰고 있다.


연마 시간도 한몫한다 본다. 금쪽같은 휴일, 밀린 일 하기도 바쁜데 짬 내어 칼 갈려면 숫돌 불리고 그 불린 숫돌도 경도가 안 맞으면 천만년 밀어야 된다.

빅토리녹스, 글로벌, 행켈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브랜드의 스탠더드 라인업의 경우 HRC가 56-58대이며 스테인리스 스틸 최상급인 VG-10의 경우 60-62대이다. HRC56의 빅토리녹스는 보급형 숫돌로 충분하다만, HRC 50대 후반, 60대 초반만 돼도 보급형 숫돌로는 숫돌이 갈려 나가는 느낌이 크다.


칼도 HRC가 올라갈수록 = 재질이 좋아(비싸) 질수록 칼 자체의 가격도 올라간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기는 게 지금 일하는 곳에 어울리는 칼인가 라는 문제가 생긴다. HRC가 높아질수록 날 유지력은 올라가나 그만큼 충격에 약해지게 된다. 미친 듯이 돌아가는 업장, 서로 물건에 대한 존중 없이 남의 칼 막 집어다 쓰는, 거기다 칼을 캔 오프너쯤으로 여기는 놈들과 함께 일 한다면?

장비가 좋아도 같이 일하는 놈들이 안 좋다면 칼은 이렇게 되어 버린다

자루에 3-40만 원 넘어가는 칼을 써 버리면 칼을 쓰는 건지 칼이 나를 휘두르는 건지 모르게 되어 버리더라. 강재도 그렇다. 칼 날의 맛을 살리는 초밥 쪽이야 탄소강 칼을 쓴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최고라 생각한다.


지금은 업장 옮길 때마다 트라이얼 후 처음 1달 정도는 빅토리녹스 끝내주게 갈아서 들고 가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상태 보고 다른 칼 들고 간다. 잘 썰리면서 편하고, 부담 없는 칼. 그게 최고다.


칼 추천 시에, 어느 섹션, 무게, 스타일, 날 종류를 물어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걸 명확하게 해야 칼을 사고 후회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후회는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지만서도.


많은 대기업들의 칼이 시장에 있고, 개인 공방까지 둘러보면 더 많은 칼들이 있다. 오랫동안 요리를 하고 싶기에, 자금 여유가 되는대로 이 칼 저 칼 써 보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 그래도 주객이 전도되선 안된다 생각한다. 자신이 일하는 방식에 맞는 칼이 가장 좋은 칼이라 생각된다.


이걸로 칼에 대한 글은 마무리 지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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