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코치와 프로 코치

by 오탁구

"형식적인 연습은 안 됩니다"

우리 코치가 자주 하는 말이다. 탁구를 시작하고 여러 코치를 만났다. 어떤 코치가 좋은 코치일까? 단연 잘 가르치는 코치가 좋은 코치다. 우리 코치는 내가 휴직 중일 때 동네 탁구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내 자세를 유심히 보더니 한마디 했다.


“자세가 높고, 하체를 못 써요.”

https://youtu.be/Tnco5 IVTCAE? si=_XnH4 DoY3 jDKtlyW


탁구는 발로 쳐야 한다면서 한동안 자세를 낮추고, 발로 뛰는 연습만 시켰다.


도넛 사 왔습니다. 드시고 하시죠?”

레슨 다 끝나고 먹겠습니다.

식기 전에 드셔요."

" 레슨 중에는 안 먹어요. 중간에 화장실 갈 일이 생기면 뒤에 레슨 일정이 다 엉켜서요”


그는 간식 시간조차 프로다웠다. 탁구장에서는 보통 코치들이 자주 바뀌고, 가르치는 방법도 제각각이라 배우는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일쑤다. 예전에 만난 어떤 코치는 ‘라면 스프’처럼 즉흥적으로 가르쳤다. 배울 때는 쉬워 보였지만 몸에는 오래 남지 않았다.


“오늘은 어떤 기술 배우고 싶으세요?”

원하는 기술을 원포인트로 가르쳐주고, 칭찬도 후했다. 잠깐 기분은 좋았지만 실력 향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배우려면 제대로 따라 하세요”

우리 코치 레슨은 다르다. 그에게 형식적인 레슨이란 없다. 최근에는 백핸드를 다시 배우고 있는데, 같은 폼만 두 달 넘게 연습 중이다.


한창 탁구 레슨을 받고 있을 때 한 장애인 스포츠 교육 기관에서 탁구 강사 제안을 받았다. ‘누구를 가르칠 실력이 될까?’ 싶었지만, 기관에서는 “충분하다”라고 했다.


성인반을 맡아서 주로 리그전을 운영하고 있다. 한 친구는 장애인탁구협회 선수로 등록되어 다달이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최근에는 전국 랭킹 40위권까지 올랐다고 했다.


“코치님! 저 다음 달에 00 대회 가는데 와 주실 수 있나요?”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친구가 부탁을 했다. 응원하러 갔다가 얼떨결에 벤치를 봤다. 벤치 경험은 처음이라 무슨 조언을 할 수 있을지 난감했다. 예선전을 자세히 보니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이 부족해 보였다.


“이 친구는 커트가 약하니까 커트 싸움만 해.”

결국 시합은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는 본선에서 여러 위기를 스스로 이겨내더니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배우는 일과 가르치는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다. 가르치는 일이 계기가 돼서 탁구 스포츠지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이제야 ‘야매 강사’ 딱지를 뗐다.


탁구만큼 코치가 많은 운동도 드물다. 특히 초보자가 탁구장에 가면, 모두가 코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오죽하면 탁구장에서 떠도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하수는 묻지도 않았는데 가르쳐 주고

고수는 물어보면 그제야 가르치며

프로는 돈을 받고 나서야 가르친다.


우리 코치 말씀이 "저는 8년 전부터 초등 엘리트 선수를 개인지도하는데, 이를 계기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많은 영상과 자료를 분석 해보고, 배우는 분들의 성향과 신체조건을 감안해서 가르칩니다. 이게 저와 동호인 코치간 차이점이 아닐까요?"


나는 아직도 그에게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배우고 있다.

좋은 프로코치를 만나면 야매 코치도 자격증을 딴다.





* 다음화는 '뇌를 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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