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by 오탁구

탄자니아에서 처음 5km를 뛰어 봤다.


한인교회에서 가까이 지낸 어떤 형님이 같이 뛰자고 몇 번을 말씀하셨다. 하필 제일 싫어하는 달리기였다. 그분은 아침마다 뛰는 사람이었는데, 못 이기는 척 한 번만 나가 보기로 했다.


형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서 나갔고, 나는 뒤에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 안 뛰던 사람한테 5km는 마라톤 풀코스였고, 탄자니아까지 와서 왜 사서 고생을 하나 싶었다.


숨이 차고 다리는 풀리는데 토요일 이른 아침 거리는 평화로웠다. 바닷바람은 시원했고 이름 모를 나무마다, 꽃이 피었고 새소리는 요란했다. 거리마다 집 앞 화단에 나와 물을 주고, 가지를 치는 사람들 이마에는 땀이 흘렀다.



달리기를 하는 날에는 형님이 아침밥을 샀다. 힘들어도 형님을 만나는 재미로 토요일 아침마다 눈이 떠졌다. 한바탕 뛰고 아침밥을 거하게 얻어먹은 날은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했다.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대리석 거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으면 시원했다. 그렇게 달리면서 탄자니아에서 2019년을 마무리했다.


귀국해서 한동안 달리기를 잊고 살았고, 다시는 안 뛰고 싶었다. 그러다 아내 덕분에 다시 뛰게 되었다. 아내는 어느 날부터 러닝앱 지시에 따라 천천히 뛰었는데, 뛰는 모습이 만만해 보였다. 둘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다가 그만 달리기 매력에 빠져 버렸다.


그때 시작한 달리기가 벌써 2년이 넘었다. 육아휴직이 끝나갈 무렵 복직하면 못 뛸 것 같아서, 복직 전 두 달 동안 더 열심히 뛰었다. 이맘때 한 달에 100km를 넘게 뛰었다.


한창 달리기에 빠져있을 때 직장 선배가 『길 위의 뇌』라는 책을 선물해 주었다. 20년간 달린 의사가 쓴 책인데, 공감이 갔다.


달리는 시간은 뇌가 휴식하는 시간이고 달리면 많은 양의 혈액이 뇌로 가서 뇌 기능이 더욱 활성화된다는 이야기였다.


책 한 권이 내 달리기에 불을 붙였다. 특히 사무실에서 일할 때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돼서 이제는 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해 가을, 아내가 마라톤 대회 표가 하나 남았다고 내게 대회 참가를 권했다. 얼떨결에 아내와 같이 출전했다. 평소 10km를 1시간이 훌쩍 넘게 뛰는데 이날은 1시간 안에 들어왔다. 연습량이 있는 데다 ‘대회 뽕’까지 맞아서 좋은 기록을 냈다. 기록보다 페이스 조절이 만족스러웠다. 초반에는 천천히 달리다가 반환점 이후부터 결승점까지 속도를 점점 끌어올렸다.


예전에는 초반부터 오버페이스(과속)를 하고 중간에 체력이 바닥나곤 했다. 지금은 내 몸이 편한 속도로 달리고, 탁구보다 달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하루 5km, 건강 달리기.


탁구는 레슨 받을 때와 주말에 한두 번 치는 게 전부다. 아내가 거실 벽에 그 달 달력을 한 장씩 붙여 준다. 달리기를 마칠 때마다 뛴 거리를 표시를 하는데, 달린 거리가 쌓인 걸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쉬려고 뛴다.




달리면 뇌도 쉬고, 머리도 고생을 덜 합니다.

https://brunch.co.kr/@otakupingpong/27



*다음화는 '공짜 레슨을 안 받는다구요?'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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