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의 말이다. 그는 월드컵 약체팀이었던 대한민국을 2002년 월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시켰다. 소위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리더'라는 단어를 보면 제일 먼저 히딩크 감독이 떠오른다. 그의 리더십은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된다. 소신 있는 원칙에 입각한 기초체력 훈련 강화, 과학적 장비를 활용한 선수 관리 및 상대팀 전략 분석, 감독과 선수, 선수와 선수 사이의 수평적 협력관계 등.
나는 그의 리더십 중 최고는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라 말하고 싶다. 그는 박지성, 김남일, 송종국 등 보석 같은 선수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그들의 가능성을 이끌어냈다.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박지성이 상대팀 골대 앞에서 가슴으로 골을 받아서 왼발 강슛으로 멋지게 골을 성공시키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 장면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그 다음에 펼쳐진다. 골을 넣은 박지성은 전력을 다해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남자 대 남자의 뜨거운 포옹. 아마 박지성은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저를 알아봐 주셔서요.'
세상에 완전한 재주란 없습니다. 적합한 자리에 그 재주를 쓰게 하소서
인재를 어떻게 찾고 등용할 것인지 묻는 세종대왕의 질문에 이조판서 강희맹이 대답했다. 그는 조선의 최고 인사책임자로 인사전문가의 경륜을 보여준 인물로 기록돼있다. 그의 말처럼 세상에 완벽한 인재란 없다. 적합한 자리가 있을 뿐. 그래서 리더란 구성원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의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브런치 작가로서 나의 첫 도전은 지난 2월이었다. '글을 쓰고 싶어요. 근데 왜 쓰고 싶은지,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브런치가 한번 찾아보세요'. 돌아보면 나의 브런치 작가 첫 도전은 수수께끼 같은 글이었다. 내가 왜 쓰고 싶은지, 무엇을 쓰고 싶은지 정리가 안 돼 있었다. 결과는 낙방! 브런치는 금방 알아차렸다. 내가 준비가 안돼 있음을. 그리고 두 번째 도전. 6개월이란 시간을 사무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미뤄뒀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나를 어떻게 보여줄까', '내 매력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라는 생각들로 가득했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한 자 한 자 공들여 썼다. 그리고 지난 8월 6일. 꿈에 그리던 '브런치 작가'가 됐다. 브런치가 알아본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내 열정과 나를 보여주기 위한 치열한 고민들을.
마흔이 되면서부터 새로운 삶을 갈망했다. 아주 애타게. 내 삶은 정해져 있는 듯 보였다. 회사의 직원으로, 쌍둥이의 아빠로. 아무 고민을 하지 않아도 회사에 가면 할 일들이 쌓여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아빠와 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에너지 넘치는 두 마리의 수컷이 있었다. 회사일은 보람이 있었고 쌍둥이와의 시간은 무엇보다 행복했지만 나는 허전했다. '나'라는 존재는 없었고 회사 직원, 쌍둥이 아빠만 있었다.
글쓰기가 나를 보여주고 나를 나답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믿고 있었다. 뛰어난 성과들은 못 냈지만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왔던 내 경험들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소위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돈을 향한 콘텐츠가 아닌 의미와 가치를 담은 '따뜻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브런치는 탁월했다. 내 열정과 경험의 가치를 알아봤으니. 생각해보면 브런치에 가입한 순간부터 브런치는 나를 '작가'로서 인정했는지도 모른다. '작가 신청'이라는 절차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게 하고 내 글쓰기 근육을 키워주기 위한 '기초체력 훈련'이었는지도. 단언컨대 내 인생은 브런치 작가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 같다.
브런치 정말 고마워. 나를 알아봐 줘서. 근데 브런치에 글 잘 쓰면 추천도 해주고 다음 메인에도 노출시켜준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