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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고 안 쓰다 막 쓰다

'막 쓰다 프로젝트 1기' 참여 후기

by 오늘도 생각남
분량 제한 없고요.
그냥 막 쓰면 돼요.


글쓰기에 관심 많던 나. 글쓰기 고수들의 '매일 쓰기' 중요성에 대한 조언을 듣고 '어떻게 매일 쓰는 습관을 만들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다 만난 '막 쓰다' 프로젝트. 바로 참여했다. 진행방식은 간단했다. 주제, 분량 제한 없이 블로그에 글 한편을 쓴 후, 막 쓰다 프로젝트 단톡 방에 당일 밤 12시까지 공유하는 것. 총기간은 3주. 참가비 1만 원. 21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면 참가비 1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오늘이 막 쓰다 프로젝트 마지막 날이다. 이 글은 막 쓰다 스무 번째 글.(사정상 1번 결석). 막 쓰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간단히 공유하고자 한다.


막 쓰기도 어렵네.


만만하게 봤다. 하지만 막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꾸 '잘'이란 단어가 스멀스멀 올라와 고개를 내밀었다. 그냥 쓸려고 하는데 완결성을 생각하게 되고, 메시지를 떠올리게 됐다. 막 쓰다 프로젝트 21일은 그 '잘'이란 단어를 꾹꾹 누르는 연습을 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


둘째, 글감 찾는 것도 일이었다. '매일 써야 하는데 무엇을 쓸 까?' 막 쓰려고 해도 쓸 이야기가 필요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특별한 글감을 찾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되었다.


셋째, 글감을 찾아서 몇 줄은 썼는데 그다음 문장 쓰기가 쉽지 않았다. 소위 '쌈박한' 글감이라 생각했는데 그다음 문장이 받아주지 못하니 바로 김이 빠졌다.


넷째, 골 결정력도 중요했다. 어찌어찌 글을 이어왔는데 어디서 마쳐야 할지, 어떻게 끝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시작은 거창하게 해 놓고 끝이 후지 부지되는 사례도 많았다. 용두사미로.


제일 중요한 것은 '목적과 메시지'였다. 뭔가 떠올라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가다 보면 길을 잃는 경우들이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일까?' 글을 시작하기 전 또는 글을 쓰면서도 목적지를 분명히 해야 흔들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글의 향기가 달라~


막 쓰다 동기들의 글을 보니 사람마다 글쓰기 패턴이 달랐고 각자의 향기도 달랐다. 나의 경우 정보 전달보다는 단상을 적은 글이 많았다. 육아 이야기, 사무실 에피소드, 인터넷 검색 중 눈에 띄는 뉴스 등 내 감정을 흔든 경험과 그 감상들을 적는 방식이었다. 또, 재미보다는 의미를 찾으려는 글들이었다.


동기들의 글은 정보전달을 위한 글들도 많았다. 자신의 업에 대한 홍보, 자기 전문분야 기술에 대한 설명, 실생활 속 필요 정보 해설 등. 통상 나는 한 편의 글에 하나의 관련 이미지를 사용했다. 일부 동기들은 다수의 사진과 이미지를 활용해서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면서 글을 풍성하게 만드는 경우들도 있었다.


1일 1 글! '안 쓰는 인간'에서 '쓰는 사람'으로


막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메모하는 습관'이 생겨다는 것이다. '1일 1 깡'이 아닌 '1일 1 글'이라는 숙제를 위해 항상 안테나를 켜 놓고 생활한다. 그러다 좋은 글감 또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즉시 메모를 한다. 처음에는 하나의 메모장에 메모했지만 메모가 쌓이면서 주제별로 나눠 저장을 하게 되었다. '1일 1 글'은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도 나를 '글쓰기 모드'로 전환했다. 글을 읽을 때 제목과 시작을 유심히 보게 됐고 내용보다 어떻게 전개해가는지를 살피게 됐다. 좋은 문장을 찾으면 자연히 줄은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가장 크게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한다. 이륙한 후에는 관성에 의해 적은 에너지로 비행을 할 수 있다. 막 쓰다 엔진을 달고 나의 글쓰기호가 이륙했다. 잘 쓰는 것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하루 한 편씩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습관이 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나의 글쓰기호가 착륙하는 곳은 어디일까? 멈추지 않고 가다 보면 안드로메다까지 가는 거 아닐까? 비상용으로 산소호흡기라도 마련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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