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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Apr 27. 2021

송곳은 결국 뚫고 나온다, 시간이 걸릴 뿐.

퍼블리 첫 글 투고 후기(브런치 첫 중매 후기)

새내기 브런치 작가들의 공통점이 있다. 수시로 자기 브런치 계정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어제 쓴 글의 조회 수가 얼마인지, 댓글은 달렸는지. 주린이(주식하는 어린이)가 주가에 의해 하루의 기분이 결정된다면 브린이(새내기 브런치 작가)는 자기 글의 조회 수나 댓글 수에 따라 그 날의 기분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브린이(새내기 브런치 작가)로서 브런치 조회 수 확인 출근 도장을 찍던 어느 날이었다. 정체 모를 알람이 하나 도착했다.


“강연, 섭외 목적으로 00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하세요.”


 ‘드디어??’ 브런치 글을 보고서 강연이나 출판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다더니 진짜구나 싶었다. 메일을 확인해보니 ‘퍼블리’라는 지식 공유 사이트에서 내가 써놓았던 마인드맵 관련 브런치 북(‘마인드맵 초보가 왕보초에게’)을 보고 그 내용을 편집해서 직장인을 위한 마인드맵 글을 퍼블리 사이트에 발행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20년 10월 브런치 북 공모전이 있었다. 한 달간 회사와 집에서 해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브런치 북 공모전에만 쏟았다. 잠을 쪼개가며 한 달을 초긴장 상태로 지냈다. 그런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퍼블 리가 ‘마인드맵’의 가치를 알아보고 연락을 준 것이다. 얼마 전 퍼블리를 통해 직장인을 위한 마인드맵 글 발행을 마쳤다. 초고와 수정, 편집, 근 두 달간의 여정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느꼈던 바를 전하고자 한다. 향후 브린이(새내기 브런치 작가)들이 제안을 받고 당황하지 않도록, 그리고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우선,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마인드맵을 처음 접하고 이 신박한 생각 정리 겸 생각 확장 도구의 가치를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 브런치 북 공모전에 참여만 하면 당장 당선이 될 듯싶었다. 2020년 10월의 일이었다. ‘마인드맵 초보가 왕초보에게’, 마인드맵 브런치 북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 간 한 땀 한 땀 마인드맵 200장을 그리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초보자들에게 도움되는 내용들을 추려서 정성스레 담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인드맵에, 아니 내 글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때는 조금 낙심했었다. ‘아니 이렇게 좋은 걸 왜...’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 ‘퍼블리’가 내가 써 놓은 브런치 북을 보고서 마인드맵의 가치를 알아봐 준 것이다. 아직 출력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찾아오지 않았을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둘째, 글을 쓸 거라면 한 편의 글보다는 시리즈의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비슷한 주제의 내용을 반복해서 노출하여 홍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 걸스는 ‘역주행의 신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역주행의 요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키워드가 ‘군인 위문 공연’이다. 브레이브 걸스는 다른 여자 아이돌은 기피하는 돈 안 되는 군인 위문 공연을 지속적으로 반복 방문했다. 그럼으로써 ‘밀 보드’(밀리터리 + 빌보드)라는 자신들만의 스토리와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이렇듯 시리즈는 독자들로 하여금 반복의 홍보 효과를 주고, 필자에게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게 해 준다. 물론 필자는 시리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역량보다 더 많은 분량을 채워야 할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학습을 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필자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된다.


셋째, 탄탄한 사례가 글의 내용을 살린다. 구체적인 사례가 없이 이론적이고 원리만 설명하는 글은 허전하다. 독자들은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원한다. 실생활에서 경험해봤을 법한 문제점이나 사례를 바탕으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독자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당장 최근에 내가 일상생활에서 최근에 경험했던 불편했던 일들을 예시로 들어서 차근차근 설명한다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나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사실 퍼블리 투고 글을 쓰면서 중간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다. 사무실이 너무 바빠서 초고를 쓰기 힘든 시기가 있었고, 바쁜 회사 일에, 글 쓴다고 새벽까지 무리한 탓인지 갑자기 찾아온 두통에 병원을 가서 뇌 MRI를 찍기도 했다. 어느 작가는 그런 말을 했다. 기회가 위기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바쁜 사무실에, 컨디션 난조 속에서 잠시 포기를 고민했지만, 완주를 선택했다. 이유는, 포기하는 경험보다 부족하더라도 마감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완결 경험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완전한 상태’에서만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기회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불완전한' 상태에서만 올 수도 있다.


다섯째, 출력이 배움이다. 마인드맵을 300장 정도 그리면서 마인드맵을 조금 안다고 생각했다. 마인드맵 관련 시리즈 글도 썼으니 두 번째 글은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술술 써지지 않았다. 쓰려다 보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분명해졌다. 어렴풋이 알았던 것이 또렸해졌다. 정리되지 않았던 것도 정리가 되었다. 이번 글을 쓰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다음 ‘스텝’이 생겼다는 것이다. 마인드맵 관련해서 시리즈로 쓰고 싶은 다음 주제의 글이 생겼다. 그 글은 나의 불완전성을 바탕으로 보다 탄탄한 사례를 갖고서 계속적으로 출력을 해가면서 시리즈로 써 나갈 계획이다.


브린이(브런치 새내기 작가)님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좋아하는 게 있다면, 관심 있는 일이 있다면,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써 보시라는 것이다. 일기장에 말고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 그리고 이왕이면 한 편의 글보다는 시리즈로 긴 호흡을 갖고서.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분명 얻게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글을 쓰기 전과 글을 쓰고 난 후의 자신이 서 있던 자리는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올 수밖에 없다, 단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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