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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Feb 01. 2021

아이고 의미없다, 새벽 글쓰기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이 문장을 처음 접했다. ‘청춘’이라 좋았다기보다 이 말이 멋있어서 청춘이 더 좋아 보였다.


‘크리에이터, 이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두 번째 스물이 되었을 때, 나는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콘텐츠를 소비만 하는 추종자의 삶에서 직접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획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던 나는 사십춘기를 넘어서며 내 꿈을 확정했다.


그 후로 내가 읽는 책의 주제는 편협해졌다. 브랜딩, 마케팅, 기획, 글쓰기. 책장은 비슷비슷한 제목의 책들도 채워졌다. “아빠, 글쓰기 책이 엄청 많아요.” 여덟 살 아들은 아빠가 독서 편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유튜버로도 데뷔하려고 유튜브 관련 책도 몇 권 샀다. 만 5천 원짜리 마이크를 사서 혼자 영상을 찍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대로였다. 크리에이터라는 무모한 꿈을 가진 그냥 일반인. 바쁜 일상 속에서 비슷한 주제의 자기 계발 서적을 사서 모으고, 가끔 글을 쓰기도 하는 성장에 관심 그냥 보통사람.


성과 없는 자기 계발은 ‘권태’라는 깊은 땅굴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자기 계발의 노력을 멈춰도 내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는 사실이었다. 아니, 당장의 변화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찬찬히 돌아봤다. 그동안의 자기 계발의 노력과 작은 성취들을. 글쓰기를 공부하며 ‘필사’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베껴 쓰기만 했던 것을 지금은 필사한 글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도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한 토막 읽고서 그 단상을 적고 있는 것이다. 읽기와 필사를 넘어 그 내용을 나와 연결 지어 한 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는 장족의 발전이다. 또 있다. 2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마인드맵이 200장을 넘어섰다. 그 과정에서 마인드맵 관련 브런치 북도 한편 썼다. 제목을 짓고, 목차를 짜고 나름 공을 들여 만든 소중한 나의 첫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종영된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처음 이름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무모한 도전의 첫 미션은 ‘소와 줄다리기'. 유재석과 무모한 도전 멤버들은 이상한 복장을 하고 소가 이기는지 사람이 이기는지 소와 줄다리기를 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도대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무모한 도전은 계속됐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무모한 도전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어리숙한 출연진들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이뤄낼 때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다음 도전도 성공하기를 응원했다. 그렇게 무모함은 쌓여 의미를 만들었고, 도전은 무한히 계속됐다.

MBC 무모한 도전 제1회, 황소와 줄다리기 실패

은유 작가의 글을 보는데 무모한 도전의 첫 방송이 오버랩됐다.

무의미의 반복에서 의미를 길어 내기.
무모의 시간을 버티며 일상의 근력 키우기.

2월의 첫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1시간 동안 한 편의 글 쓰기. 브런치 빛나다 작가가 운영하는 ‘글 모닝’ 온라인 모임에서다. 이 프로젝트는 2월 한 달 진행 예정이다. ‘나는 한 달 동안 몇 번을 5시 30분에 일어나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새벽 글쓰기는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무의미하다. 새벽 글쓰기. 무모하다. 새벽 5시 30분 글 모닝. 의미는 무의미의 반복에서 나온다. 포기하지 않겠다. 무모한 크리에이터의 꿈.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을 만든다.


도전은 계속된다. 인생은 유한히, 도전은 무한히.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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