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생각남 May 02. 2021

윤여정 배우가 가르쳐 준 브랜딩의 ABC

오스카도 그녀의 브랜드에 윤며들었다.

그녀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였다. 자기 이름을 내건 tv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잘 나가는(?) 후배 연예인들을 프로그램에 합류시킬 정도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관록 있는 배우였다. 배우 '윤여정'과 tvN 예능 '윤스테이' 이야기다. 하지만  백년 이상의 풍부한 연기 경험을 가진 많은 연기자 '선생님' 중 한 일뿐이었다. 미국 오스카 상 수상 이후,  그녀는 '유일한' 배우가 되었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최초의 미국 오스카 상을 수상한 배우가 된 것이다. 연일 그녀의 수상 소식 기사와 그녀의 연기 인생을 조명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나는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녀가 누구의 아내였는지, 어떤 결혼 생활을 했는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연기를 해왔는지 잘 몰랐다. 그냥 단편적으로 tv나 영화 속 장면들에서 그녀를 만났을 뿐이다.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바람난 할머니 역할, '죽여주는 여자'에서 요구르트와 함께 몸을 파는 할머니 역할, '계춘 할망'에서 손녀 잃어버린 할머니 역할 등. 가만히 생각해보면 윤여정이라는 배우는 '국민 엄마'나 '국민 할머니'같은 안정적인(?) 배역을 별로 맡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국민 할머니'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에게 요구르트 파는 매춘부 역할을 제안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그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본다면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녀의 오스카 상 수상 소식 못지않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그녀의 수상 소감 인터뷰들이다. 배우의 인터뷰 답게 한 마디 한 마디가 명품이다. 한편으론 그녀의 인터뷰에서 '브랜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실마리들이 보인다. 브랜딩 관점에서 그녀의 발언들을 살펴봤다.

배우라는 직업이
여러분은 그냥 잠깐 하는 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배우를 오래 한 사람이기 때문에
 하루에 되는 스타하고 배우는 달라요.     


'눈 뜨고 일어나 보니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는 말이 있다. 스타는 그렇게 될 수 있어도 배우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대배우 윤여정 씨는 말한다. 퍼스널 브랜딩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조금 노력하고 브랜드 구축이 잘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축적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윤여정 배우의 두 번째 대답이 이 부분을 보충 설명하고 있다.


누가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을 물었는데
 프렉티스(practice) 그랬대요.
 연습이라는 건 정말 무시할 수는 없어요.     


브랜딩으로 가는 길도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과 같다. 프렉티스(practice). 바로 연습뿐이다. '아시아의 홈런 왕'이라 불리던 야구 선수 이승엽은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글을 모자 안쪽에 써놓고 매일 1,000번의 배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어쩌면 브랜드는 지루하고 고단한 수없는 프렉티스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부수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브랜딩 구축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빠른 방법만을 찾을 것을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얼마나 꾸준히 실천해왔는지 돌아볼 일이다.


(지금이 윤여정 씨에게 최고의 순간인가요?)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리 다 최중 되면 안 돼요?     


국내에서 미국 아카데미 오스카 상이 한국 영화 102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하지만 대배우 윤여정 씨 삶에서 아카데미 수상은 그렇게 중요한 가치는 아니었다. 또한 '최고'라는 것이 그녀의 삶의 지향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호들갑' 속에서도 정작 그녀는 초연할 수 있었다. 브랜딩 역시 목적과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만약 시장에서 '최중'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불필요하게(?) '최고'가 되려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 본질을 잃어버린 브랜드는 고객과 시장의 반응에 이리저리 흔들릴 수 있다.


(강부자 씨 : 세상이 온통 네 얘기뿐이다.)
 언니, 그거 식혜에 동동 뜬 밥풀 같은 인기야.     


대배우 윤여정 씨의 연기 철학과 소신 한 마디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답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연기) 일을 시작할 거에요.     


그녀는 거품 같은 인기와 관심은 금세 가라앉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배우의 일은 하겠다고 말했다. 브랜딩 역시 대중의 일시적인 관심이나 무관심에 관계없이 꾸준히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구축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윤여정 씨는 자신의 연기 철학을 '열등의식'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극을 했던 출신도 아니고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어서 열심히 대본을 외웠다고 말했다.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자신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마케팅 학과를 전공했던 안했던 마케팅 교육 과정을 이수한 적이 있던 없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현재 브랜드를 구축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면 대배우의 가르침 세 가지만 기억하자.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는 점, 인기는 식혜 위 동동 뜬 밥풀 같다는 것, 그러니 남은 것은 꾸준한 프렉티스! 프렉티스! 프렉티스!


매거진의 이전글 송곳은 결국 뚫고 나온다, 시간이 걸릴 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