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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May 07. 2021

‘딴짓’이라 쓰고 ‘뻘짓’이라 읽지 마세요!

딴 to the 짓

“연구는 금광을 찾는 것과 같다. 하나의 구멍만 파게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때로는 바로 옆쪽을 파는 게 금광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연구할 때도 한 번씩 고개를 들고 다른 데를 쳐다봐야 한다”


이광형 KAIST 총장의 말이다. 매일경제와의 인터뷰 대담에서 그는 ‘딴짓’을 예찬(?)했다. ‘딴짓’을 자극하는 게 교수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평소 ‘딴짓’에 관심이 맞던 내게는 솔깃한 얘기였다. 권위 있는 학자가 마치 내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 내친김에 ‘딴짓’에 대해 생각해봤다.


딴짓이란 무엇인가?


딴짓은 ‘다른 행동’ 이란 뜻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다른(different)’에 있다. ‘틀린 짓’이 아니라 ‘다른 짓’인 것이다. 무엇이 다르다는 걸까? 세 가지 정도 분류가 생각났다. 역할 딴짓, 영역 딴짓, 형식 딴짓.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딴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 이 경우가 역할 딴짓을 말한다. 외부에서 기대받는 역할과 다른 일을 할 때 이런 얘기를 듣는다. 직장인이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할 때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영역 딴짓. 본연의 ‘나와바리’가 있는데 그 범위를 벗어난 경우를 말한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아마존. 아마존의 시작은 ‘온라인 서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 상의 모든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사명으로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본연의 ‘나와바리’를 넘어 사업을 확장한 최근 사례로 신세계 그룹의 야구단 인수를 들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야구에 유통 콘텐츠를 결합하여 시너지를 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 번째, 형식 딴짓. 기존 관행적인 방식을 탈피해서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 이후 활성화된 온라인 강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교육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이제는 뉴 노멀이 되었다. 유명강사 김미경 씨는 유튜브 강의에 ‘대학’이라는 콘셉트를 씌워 ‘유튜브 대학’을 만들었다. 1년에 9만 9천 원 내는 유료회원(일명 ‘열정 대학생’)이 5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브랜딩을 제대로 하여 성과를 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나의 딴짓은 무엇일까?


대학시절 내가 했던 대표적인 딴짓은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이었다. 친구들은 토익 점수를 따려고 도서관에 있을 때 나는 학생회실에서 MT와 학교 축제를 기획했다. 그때 그 활동들은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시절의 경험을 살려 직장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본 적이 있다. 남들은 어려워하는 일이었는데 대학에서 좀 놀아봤던(?) 나에게는 익숙한 일들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하고 있는 대표적인 딴짓은 마인드맵 그리기와 글쓰기다. 아무도 나에게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글을 쓰라고 시킨 사람은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있는 ‘딴짓’이다. 한 장 한 장 그리기 시작한 마인드맵이 150장이 되었을 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마인드맵이 200장이 되었을 때는 마인드맵 관련 '브런치 북'이 나왔다. 300장에 가까운 마인드맵이 완성되니 '퍼블리' 사이트에 마인드맵 관련 글을 발행하게 되었다. 퍼블리는 한 달에 한 번 발행된 글의 조회수를 정산해서 대금(?)을 지급해준다고 한다.


나에게 딴짓이란?


딴짓이 나에게 무슨 의미였는지를 돌아본다. 뚜렷한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했던 행동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냥 하고 싶었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니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딴짓'의 '점'들이 모여 '실선'을 만들었다. 중간중간 뚝뚝 끊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실선은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실선이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딴짓'의 흔적들은 한 발 한 발 내딛는 징검돌 역할도 했다. 나의 '딴짓'은 내 마음에 '자유'를 허하는 일이었고, 본연의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


남이 '시키는 짓' 할 때보다 내가 하고 싶은 '딴짓'을 할 때 훨씬 더 행복한 법이다. '자유'는 '자기 이유'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내 마음에 '나의 이유'를 찾아주자. 나만의 '딴짓'을 찾자.


'딴짓'은 '뻘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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