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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May 04. 2021

네이버도 '작심삼일' 하다니...

인간적..인가?

"#오늘일기 챌린지 조기 종료를 안내드립니다. 매일매일 자신의 진짜 일상 일기를 기록하시는 분들을

독려하는 취지로 챌린지를 오픈했으나, 여러 아이디로 복사 글을 붙여쓰기 하는 등 어뷰징 형태의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아 부득이하게 오늘 일기 챌린지를 조기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팀)


네이버 블로그팀은 3일 만에 #오늘 일기 챌린지를 중단했다. 당초 챌린지 기간은 14일이었다. 2주 동안 매일 자신의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오늘 일기 해시태그를 작성하면  네이버 페이 16,000원을 지급한다는 것이 네이버의 최초 공지였다.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성의 없는 복사, 붙여 넣기 글이 많다는 이유로 네이버는 긴급히 계획을 접었다.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챌린지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네이버 페이 1,000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3일 동안의 챌린지 참여를 정산한 혜택이었다.


개인적으로 네이버에 대해 그동안 호불호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챌린지 조기 종료는 아무리 생각해도 국내 최대 포털 대기업대응으로는 아마추어스럽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뭔가 기분이 찜찜하고 불쾌한 이 기분은 14일을 충실히 챌린지에 참여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나머지 네이버 페이 15,000원 때문일까?


네이버의 고급스럽지 못한 대응에 세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첫째, 챌린지란 무엇인가?


챌린지 이벤트는 통상 해시태그(#)를 활용해서 특정 단어(브랜드)나 특정 매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챌린지 개최자는 챌린지 독려를 위해 참여자에게 이벤트 상품들을 지급한다. 챌린지 이벤트에는 맹점이 하나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챌린지 개최자는 챌린지의 깊은 뜻을 참여자들이 온몸으로 공감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챌린지 개최 의의보다 이벤트 상품에 더 관심이 많다. 아이들이 제사를 모실 때 누구의 제사인지 모르고 절을 하며 제사 음식에만 관심을 갖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챌린지 참여 작성 글의 내용과 해시태그를 복사하여 붙여 넣기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동안 수많은 챌린지를 진행해왔을 텐데 네이버는 이런 어뷰징의 문제점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노이즈 마케팅으로 #오늘 일기가 충분히 홍보가 됐다고 판단한 것일까?


둘째, 일기란 무엇인가?


나도 단톡 방에서 지인들과 함께 오늘 일기 챌린지에 참여했다. 챌린지에 참여할 때 공통적으로 가졌던 의문이 있다. '어디까지가 일기일까?' 우리 내부적으로 이렇게 결론 내렸다. 일기는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니 자유 형식, 자유 내용, 자유 분량으로 작성하고 #블챌 #오늘 일기를 작성하는 것으로. 일기란 자신이 하루 경험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그림일기를 쓰든, 마인드맵 일기를 쓰든, 세 줄 일기를 쓰든, 생각을 시로 표현하고 일기라고 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네이버는 정말로 '진짜 일기'와 '가짜 일기'를 가려낼 생각이었을까? 그 수많은 참여자의 글을 다 읽어보고서 '일기란 이런 것이다'라는 정의를 내려주려 했던 것일까?


셋째, 신뢰란 무엇인가?


이번 오늘 일기 기 종료를 통해 네이버는 일정 금액의 네이버 '페이'를 지켰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던 네이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이번 결정이 아마추어스럽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한다. 그렇게 돈을 들이더라도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네이버 블로그팀은 챌린지를 진행하는 3일 동안 이런 고민을 했을 듯하다. 생각보다 어뷰징 글이 많고, 참여자가 많은데 계획했던 네이버 페이보다 훨씬 더 지출이 클 것 같은 상황. 어떻게 어뷰징을 가려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진짜 일기'와 '가짜 일기'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인가? 네이버는 가장 쉬운 선택을 했다. GG!!(good game).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네이버의 블로그팀 담당자였다면?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 고객의 신뢰도 잃지 않으면서 막대하게 지출될 수 있는 네이버 페이 지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이런 결정은 어땠을까?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오늘 일기가 아닌 어뷰징 글들로 네이버 블로그가 도배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네이버 페이의 지출은 막는 게 맞을 것 같다. 우선, 기획의도와 다르게 진행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며 챌린지 3일 차에 조기 종료를 선언한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3일 간 챌린지 참여 혜택인 네이버 페이(1,000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14일간의 챌린지 참여 혜택(16,000원)을 챌린지 참여자 전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네이버와의 약속을 믿고 참여해주신 분들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고  올바른 챌린지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그다음 한 단계가 더 남았다. 사람들은 15,000원의 불로소득(?)이 생겼다. 네이버가 한 가지 제안을 하는 것이다. 오늘 일기 챌린지 취지를 살려 15,000원의 금액 중 일부를 고아원, 저소득층 자녀 등 사회적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하루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며 일기를 쓸 수 있도록 필기구와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용도로 기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네이버는 돈은 좀 썼겠지만 오늘 일기 챌린지 취지도 살리고 네이버의 신뢰도 지키며 미담 한 가지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담당자가 아니니 드라마 같은 생각을 한번 해본다.


어쨌든 아쉽다, 네이버.

너도 작삼 삼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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