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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May 09. 2021

"2억짜리 우주관광티켓 팝니다"(feat.아마존CEO)

신문을 보는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기사가 하나 보였다.


“베이조스(아마존 CEO) 7월 우주관광 밝힌 날”


인류가 아폴로 11호를 타고 처음 달에 착륙한 날이 1969년 7월 20일. 52년이 지난 2021년 7월 20일, 아마존 CEO 베이조스는 민간인 승객을 태우고 첫 우주관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창업한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뉴 셰퍼드’라는 우주 관광 로켓으로.     


‘우주관광이 왜 여기서 나와?’


신문기사를 보는데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 셰퍼드’의 최대 탑승 인원은 6명이고, 탑승 좌석 1개만 온라인 경매를 통해 일반인에게 판매한다고 했다. 약 2억 원의 가격으로. 2억 원이면 비수도권의 변두리 집 한 채 값인데.


지난 2월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던 베이조스는 “이제 나의 ‘다른 열정’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다른 열정이 바로 ‘우주산업’인 것이다.      


베이조스의 발언을 듣는데 2009년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시도했던 JYP가 생각났다. 당시 원더걸스는 ‘Tell me’, ‘So hot’, ‘노바디’ 등을 히트 치며 국내 최정상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SES’, ‘핑클’에 이은 여자 아이돌 2세대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던 때였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진출 선언. 국내 활동과 미국 활동을 병행하던 원더걸스는 각종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미국 진출이 왜 여기서 나와?’


그 당시 주인공 없는 시상식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원더걸스를 좋아했던 팬의 한 명으로서 아쉬운 생각도 들었고, 왜 하필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그때 낯선 미국 시장에 노크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구독자 170만 명의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대도서관 영상을 보면서 ‘JYP의 결단’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대도서관은 유튜브의 시장성과 가능성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시장은 너무 좁다고. 유튜브를 사용하는 해외 모든 외국인들이 내 유튜브 채널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콘텐츠를 제작할 때 해외 고객을 염두에 둔 소재 발굴과 영어 자막 삽입을 검토해보라고. 신선한 이야기였다. ‘1cm의 언어 장벽’만 넘어서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던 봉준호 감독의 말과도 궤를 같이하는 이야기였다.     


원더걸스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지상파 토크쇼에도 출연했고, BTS보다 앞서 국내 가수 최초로 ‘빌보드 Hot 100’ 차트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은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진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1cm의 언어 장벽’을 넘어서려던 JYP의 시도는 최정상의 순간에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한 사례로서 충분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4년까지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가겠다는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문 프로젝트’. 테슬라의 CEO 언론 머스크는 인류를 태양계 다른 행성인 화성에 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황당하게 들리기도 하고,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계획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인류의 영역을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확장하는 '기초공사'로서 인류사적 가치를 가질 것이다. 또한, 지구라는 장벽을 넘어 태양계도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전환의 깨우침도 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회사-집-회사-집’이 무한 반복되는 일상. 온라인에서 접속하는 공간도 특정 사이트 몇 개로 한정돼있다. ‘생각의 1cm 장벽’만 넘어서면 전혀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내 삶에 새로움을 줄 그 ‘1cm의 장벽’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존 CEO의 2억짜리 우주관광 티켓 호객행위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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