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도착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이 도착한 듯했다. 사무실 택배 저장 창고로 갔다. 물건을 찾는데 내 이름이 두 개나 보였다. ‘맞다. 전에 주문했었지’하고 생각하는데 또 내 이름이 붙은 택배 상자가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라인 서점 앱을 켜고 주문 목록을 살펴봤다. 총 4권이었다. 최근 1주일 사이 주문한 책이. 4권의 책 택배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포장을 뜯어내는데 책상 한 구석에 주문해놓고 읽지 않은 책 더미가 보였다. 조금 더 쌓아 올리면 무너질 것 같아 더 얹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 '이 책들도 저 책과 같은 운명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문득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사 음식으로 전을 부칠 때 전이 가장 맛있는 순간은 막 전을 완성해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따끈따끈'한 상태일 때다. 그때는 엄마한테 한 소리를 듣더라도 꼭 맨 손으로 전을 집어 먹게 된다. 막상 전을 다 부쳐서 제사상에 올려놓으면 그때는 전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식은 전을 따듯하게 데우더라도 막 부친 그 맛이 나지는 않는다. 냉장고에 들어간 전은 십중팔구 한 두 번 꺼내먹다가 다른 음식들에 밀려 냉장고 깊숙이 처박히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냉장고 정리를 할 때 오래된 음식들과 함께 버려지기 일수다.
책이 음식은 아니지만 책도 차갑게 식기 마련이다. 새 책을 구매하면 먼저 구매한 책은 제사 음식이 냉장고 뒤편으로 밀려가 듯 나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몸이 멀어지만 마음도 멀어지는 법. 마음에서 멀어진 책은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급기하 급속도로 식어가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오늘 택배로 받은 4권의 책을 더듬더듬해본다. 그리고 한 권 한 권 책을 훑어보며 생각한다. 내가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제목은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 목차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내 눈길을 끄는 목차는 무엇인지.
책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관심의 유통기한. 아무리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새 책이라도 마음의 유통기한이 끝나면 다시 그 책을 볼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과일은 제철에 먹는 과일, 음식은 제조 직후 김이 모락모락 날 때 한 입 먹는 그 맛, 책은 구매 직후에 읽는 1~2장의 맛보기 독서. 잊지 말자. 지나간 유통기한은 되돌릴 수 없다는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