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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Feb 09. 2022

나 오늘 지각했다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고요하면서 쐐한 느낌.

핸드폰 시계를 봅니다.


오전 8시52분.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회사까지 가는 시간 1시간...


'망했다. 지각이다'


한숨을 쉬고 자리에 누운 채로

상황을 정리합니다.


옆에 누워있던 10살 아들이

눈을 비비며 일어납니다.


"아빠, 몇 시에요? 늦지 않았어요??"


아빠 보다 더 놀란 것 같은 아들을

진정시킵니다.


"응, 늦었는데 괜찮아.

회사에 늦게 출근한다고 말했어"

(사실은 늦게 출근 한다고 말할 계획)


"아빠, 코 좀 풀어주세요"


초3이지만 스스로 코 푸는 것이

익숙지 않은 아들.

코 감기가 걸렸는지 아빠에게

코 푸는 것을 부탁합니다.


회사 갈 준비를 뒤로 하고

아이 코를 풀어줍니다.

 

'흥~ 다시 한번 흥~'


오늘 아침 상황을 복기해봅니다.

새벽 5시30분 핸드폰 알람이 울렸습니다.

며칠간 야근하며 피로가 누적됐는지

몸이 천근 만근.

6시까지 10분 단위로 맞춰놓은

알람을 믿고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눈 떠보니 8시52분.


아침에 해야 할 일과

오후 회의와 산떠미같은 일들.

마감시간들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마음은 불편한데 몸은 개운합니다.

그 동안 쌓인 피로가

의도치 않은 늦잠으로 풀린듯 합니다.


휴가를 내는 것은 눈치보이고 어려운데

지각을 하는 것은 이리 쉽습니다.


덕분에 코감기 걸린 아이의

코도 풀어주고 얼굴을 닦아주는

주말 같은 여유도 누렸습니다.


달콤합니다. 지각의 맛!


나는 오늘 아침 무엇을 잃고

또 무엇을 얻었나 생각해봅니다.


지각이 지각을 줍니다.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줍니다.


"와~ 나 오늘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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