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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Jan 11. 2022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스파이더맨과 깐부라고?


수상 소식을 듣고 내가 내게 생애 처음으로
 ‘난 괜찮은 놈’이라고 말했습니다


60년 연기 외길 인생을 살아온 78세 노배우의 수상 소감은 담담했다. 오징어 게임 ‘깐부 할아버지’로 유명해진 ‘오영수’ 배우가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국내 최초의 골든 글로브 연기상 수상이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 외국 영화로 분류돼 수상하지 못한 연기상을 ‘1cm의 언어 장벽’을 깨고 ‘깐부 할아버지’가 받아낸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오징어 게임 출연자들은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 오영수 배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깐부치킨은 영화 속 ‘깐부 할아버지’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오영수 배우에게 깐부치킨 광고 모델을 제안했다. 오영수 배우는 정중히 거절했다. 당시 그의 치킨 광고 거절 인터뷰는 참 인상적이었다.


“깐부는 오징어 게임의 주제에 가까운 단어다. 극 중 오일남이 기훈(이정재)에게 ‘우리는 깐부잖아’ 하는 말에는 인간관계로서 신뢰와 배신 등이 함축돼 있다. 그런데 내가 광고에서 이 깐부를 직접 언급하면 작품에서 연기한 장면의 의미가 흐려지지 않을까를 우려했다. 그래서 정중히 고사했다.(오영수 배우 인터뷰 중)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 하는 부정 기사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흙 속 진주 같은 인터뷰였다.


‘배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공인으로서의 무게'가 느껴졌다.      


문득 국민 아빠, 국민 엄마인 최불암, 김혜자 배우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래서 잘 살아야 돼요. ‘전원일기’ 보면서 저런 엄마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분들한테 ‘으이구’ 이런 생각을 주면 안 되잖아요.”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 동안 국민 엄마를 연기했던 배우 김혜자 씨가 말했다. 그녀는 ‘전원일기 2021’ 다큐에서 <전원일기> 속 이은심(극 중 김혜자 씨 역)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국민 아버지 역할을 했던 최불암 씨 역시 같은 의무감 속에 살고 있었다. 그도 국민 아버지로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무단횡단 한번 하지 않고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의 좌우명이면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스파이더맨은 하루아침에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다. 초인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만난 도둑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지나친다. 훗날 모른 척 지나쳤던 도둑이 자신의 삼촌을 죽인 범인과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고서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국민 배우 김혜자, 최불암과 글로벌 배우 오영수는 자신의 큰 인기(힘)에 대한 큰 책임을 알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이 영화 속에서 던진 메시지를 대배우들은 배우라는 평생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인 요즘 누구나 1인 방송국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팔로워 숫자에 따라 사회를 움직이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는 순간 그들의 말과 행동은 '공공재'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것은 스파이더맨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처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숙명'이라 할 수 있다. 뉴스나 SNS를 보면 안타깝게도 '큰 힘을 가진 사람이 큰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자신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공공재'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초'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수상 소감의 초점이 '자신'이 아닌 '우리'를 향하고 있는 78세 대배우의 말은 더욱 새길만하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삶'이라는 함축적인 단어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오영수 배우. 혹시 그는 K-스파이더맨?!


멀리서 그의 대답이 들리는 듯하다.


"(스파이더맨과) 우리는 깐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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