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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Aug 15. 2020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인생, 무엇을 위해 살죠?' 에세이 출간 단상

박진영이 에세이집을 냈다. 제목은 '무엇을 위해 살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생각. '또?' 평소 연예인이 책을 출간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갖고 있던 차였다. 같은 주제의 책을 냈을 때 연예인들은 더 주목받게 된다. 높은 인지도에 따른 후광효과 때문에. 본받을만한 인생철학과 삶을 책으로 엮어 대중들에게 통찰을 전해주는 연예인들도 있지만 나는 연예인이 저자인 책은 좀 불편했다. 소시민의 질투심이랄까.

두 번째 생각은 '진부하다'였다. '무엇을 위해 살까?' 태초에 인간이 생각을 시작한 시점부터 가졌을법한 질문이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도 가지고 있던 인생 화두. 진부하지만 아주 중요하고 근본적인 질문.

두 가지 다 부정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이 책을 사게 될 것 같다. 박진영을 좋아하니까.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박진영의 철학과 삶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기 때문에.

박진영을 처음 봤을 때 그는 '비닐바지 입은 고릴라'같았다. 1994년. 그는 '날 떠나지 마'라는 곡으로 솔로 데뷔를 했다. 그가 TV에 나올 때마다 이슈가 됐다. '고릴라 같이 생겨서 TV에 나오네?', '비닐바지 저거 뭐야?' 박진영은 그런 논란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내게 입담 좋고 학벌 좋은 관종 정도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연히 TV에서 박진영의 인상적인 인터뷰를 보게 됐다.

꿈의 크기가 커지니
생활이 바빠지더라구요.


앨범마다 히트를 치며 최고 인기를 달리던 박진영. 솔로 댄스가스로서 정상을 자리를 차지하며 돈도 많이 벌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기획자로 도전을 결심했다는 인터뷰였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 위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들은 '꿈의 크기'라는 말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 후로 박진영은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최고의 기획자가 되었다. god, 비, 원더걸스, 2pm, 트와이스 등 최고의 아이돌들을 기획했고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의 문도 계속 두드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 소니뮤직과 협업하여 진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니쥬'라는 일본인 걸그룹을 탄생시켰다. 니쥬를 히트시키며 JYP는 시가총액 1조 원을 기록하고 SM, YG도 뛰어넘었다.

그는 뛰어난 기획자이면서 훌륭한 멘토다. 인성 중심의 인재육성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최근 그가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스타 후보생 소녀들에게 했던 말들은 그의 인재육성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1. 진실
카메라 앞에서 못할 행동은 하지 마라
굳이 조심하 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돼라


2. 성실
매일매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진지하게 임해라


3. 겸허
 겉으로 보이는 말과 태도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미숙함을 알아라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고 감사해라


천하의 JYP도 승승장구만 해왔던 것은 아니다. 이혼의 아픔도 경험했고 미국 진출 실패의 쓴 맛도 봤다. 이번에 출간한 에세이집 '무엇을 위해 살죠?'에는 그간의 도전과 성공,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박진영 작가의 말을 끝으로 그의 에세이집 출간에 대한 단상을 마친다.


이 책이
허무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불안하고, 두렵고, 우울한 누군가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을 포기하려고 하는 누군가에게
살아야 할 명확한 이유를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 근데 박진영에게 묻고 싶다. '어머님이 누구니? 당신을 어떻게 그렇게 멋지게 키우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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