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렸을 봤다. 지난주 화요일(8월 4일)에 이상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바로 유. 두. 절. '19금 절기'인가 하는 생각에 잠깐 얼굴이 붉어졌다.(나만 쓰레기인가?) 뜻이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다.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
* 동녁 동(東), 흐룰 류(流), 물 수(水), 머리 두(頭), 목욕할 목(沐), 목욕할 욕(浴)
유두절은 세시풍속 중 하나로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줄임말이었다. 직역하자면 '동쪽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 음력 6월 15일인 유두 절은 삼복(초복, 중복, 말복) 사이에 끼어 있으며 이 날 머리를 감고 서늘한 음식을 먹으면 여름 질병도 물리치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럼 '절기'는 또 무엇인지 찾아봤다. 절기란 계절은 구분하기 위해 태양의 위치에 따라 1년을 24개의 마디로 구분한 것을 뜻했다.
봄의 절기
여름의 절기
가을의 절기
겨울의 절기
띄엄띄엄 듣던 24절기를 정리하고 나니 뭔가 개운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24절기를 배우고 물어와도 이제 '커닝 페이퍼'가 생겼으니 아는 체 좀 할 수 있을 듯하다.
유두절의 뜻을 찾아보며 몇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름 짓기는 참 중요한 것 같다. 누구도 처음 유두절이라고 들으면 연상되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이름에 따라 그것이 희화화되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약칭까지 고려해서 이름 짓기는 신중(?) 해야 할 것 같다.
유두절을 달력에 표기할 때 한자를 같이 써줬다면 의미가 더 명확하게 전달됐을 것 같다. 서글픈 일이지만 우리말의 대부분은 한자로 이뤄져 있다. 선호와 관계없이 우리말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공부는 필수라 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세시풍속은 존중받을 만하다. 하지만 달력의 일부분을 장식하는 텍스트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는 이제는 화석처럼 되어버린 세시풍속들에 대해 현 시류에 맞에 어떻게 재해석하여 이어갈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