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망구한테 2만 원만 벌어다 주면 돼
하루 2만 원의 행복
회사 일로 힘들어하는 후배에게 선배가 '개인택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는 분이 은퇴 후 개인택시를 시작하셨단다. 그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 빈둥빈둥 대다가 점심 무렵 택시를 몰고 나가신다. 점심은 나가서 먹으라는 할머니 지침 때문에. 그분의 오전 목표는 혼자서 맛있는 점심을 사 먹을 밥 값을 버는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맛집을 찾아가 혼밥을 하신다. 그리고 오후에는 슬슬 운전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2만 원을 벌면 집으로 돌아오신다. 귀가 시간은 대략 오후 5시경. 그렇게 집에 와서 tv를 보면서 하루를 마감하신다. 할아버지는 본인의 생활에 아주 만족해하신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친구분들께 늘 하시는 말씀.
'나는 할망구한테 2만 원만 벌어다 주면 돼.'
물론 할아버지는 150만 원 정도의 연금이 나오신다고 했다. 뒷바라지할 자식들도 분명 없을 것이다. 여하튼 할아버지는 본인의 행복을 아주 명확하게 정의하고 계셨고 그런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계셨다.
개인 택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니 언젠가 후배 결혼식에서 들었던 주례사가 떠 올랐다.
'행복은 욕망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됩니다.'
주례사 선생님의 논리는 명쾌했다. 행복 = 소유/욕망. 그 분 말씀에 따르면 행복해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거나. 당연한 말을 반복하는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그 단순한 진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개인택시 할아버지는 그 진리를 알고 계셨던 것 같았다. 오전에는 맛집을 갈 수 있는 점심 값 벌기. 오후에는 할머니에게 가져다 줄 2만 원 벌기. 그리고 그 생활에 만족하기.
아직 아파트 대출금도 갚아나가야 하고, 8살 쌍둥이를 키워야 할 많은 날이 남아 있지만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나의 행복에 대한 기준을 돌아보게 했다. 내가 갖고 있는 욕망은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채워져야 행복감을 느낄 것인지. 그리고 갑자기 든 딴 생각.
개인택시 할아버지의 아내분도 '2만원의 행복'에 동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