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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첫 유소년 축구대회 출전

by 오늘도 생각남

6살부터 축구교실에 다닌 쌍둥이가 7살이 되어 유소년 축구대회에 나가게 됐다. 아이들로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참가하는 대외 시합. 애들보다 내가 더 긴장이 됐다. 쌍둥이들 첫 데뷔 무대에 아빠로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응원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응원 팻말을 만들고 있는데 큰 아들 건이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아빠, 브롤 스타즈 뽑아주세요!”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그래, 만화 캐릭터!’ 애들이 좋아하는 브롤 스타즈 이미지를 칼라로 출력해서 스케치북에 붙이고 응원 문구를 쓰기 시작했다.

“아빠, 뭐해요?”
“응, 응원 팻말 만들고 있는데 건이, 준이가 색칠하는 거 도와줄래?”


아이들은 생각보다 신나게 색칠을 잘했다. 준이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으로 색칠을 했고, 건이는 응원 팻말에 자기 이름을 썼다.

무지개 빛깔 색칠 중인 준이
응원 팻말 완성한 쌍둥이

그동안 아이들 놀이도구 준비는 항상 아빠 몫이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응원 팻말을 재미있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내가 아이들의 놀이 기회를 뺏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도구를 스스로 준비하게 하는 것, 그것도 하나의 훌륭한 놀이였던 것이다.


준비해 간 응원 팻말을 같은 팀 아이들에게 하나씩 선물해주고 단체 사진을 찍게 했다. 아이들은 만화 캐릭터 응원 팻말에 자기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무척 재미있어했다.


아이들은 두 경기에 출전했다. 첫 경기는 0:0 무승부, 둘째 경기는 3:0 승리.

아이들 축구시합을 보며 문득 육상대회에 출전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800m 달리기에 출전했었다. 첫 대외 경기 출전에 어찌나 심장이 쿵쾅거리던지. 나는 긴장해 있었고 떨고 있었다. 열심히 달렸지만 입상(3등 이내) 하지 못했다. 아쉬움과 자책감에 눈물이 났다. 참으려 하면 할수록 눈물이 더 쏟아졌다. 선생님과 같이 온 선배들, 친구들이 나를 다독였지만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첫 대외 무대에 데뷔했던 그 떨림과 아쉬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른이 된 지금도 무엇인가를 발표하는 큰 무대(?)에 설 때면 그때가 떠오르곤 한다.

오늘 축구대회는 아이들에겐 어떤 의미로 기억될지 궁금했다.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쌓아 나가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그런데 그때 그 눈물은 왜 그리도 멈추기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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