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이들 장난감을 최초로 대방출했다.
아빠, 터닝 메카드 카드 어딨어요??
장난감 더미 속에서 뭔가를 찾던 건이가 아빠를 부른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하나씩 사 모은 장난감들이 한 상자 수북하다. 그 안에서 원하는 장난감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난감 찾을 때마다 아빠, 엄마를 부르는 쌍둥이들. 아내는 드디어 결단을 했다.
건아, 준아 장난감 찾기 힘들지?
이제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은 다 버릴 거야.
정리해!
그렇게 시작된 최초의 장난감 정리. 정리를 도와주는 건 우리 집 서열 4위 아빠의 몫. (아마, 강아지라도 키웠다면 내 서열은 5위였을 듯)
서열 1위 엄마
서열 공동 2위 쌍둥이(건이, 준이)
서열 4위 아빠
아이들이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스러워했다. 마치 장난감들과의 작별 인사를 하는 듯.
안 되겠다 싶어 거실 바닥에 장난감을 다 쏟았다. 그리고 큰 쓰레기봉투를 가져다가 버릴 것을 담으라고 했다.
아빠, 천국 같아요.
건이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준이도 함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동안 장난감 상자 아랫부분에 깔려 있어서 못 찾던 장난감들을 찾아낸 것이다. 아이들은 정리는 뒷전이고 잃어버렸던 장난감들을 찾기 시작했다.
10분 남았어.
갖고 놀 장난감만 상자에 넣어.
10분 후에 바닥에 있는 건 다 버릴 거야.
이러다 끝이 없겠다 싶어 장난감 정리 마감 시간을 정했다. 아이들은 손이 바빠졌다. 고민 없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장난감 상자를 채웠다.
그렇게 정리된 장난감 상자. 정리하고 보니 상자가 단출해졌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장난감도 한눈에 보여 쉽게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최초의 장난감 정리 공사(?)를 하면서 배운 것들이 있다.
쓰레기는 보물을 가릴 수 있다. 가진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찾던 것들이 쓰레기 더미에 쌓여 그냥 쓰레기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명절에 고향 집에서 가져와 냉장고 속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다음 명절에 버리는 명절 음식처럼.
마감 시간은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유튜브 세상에는 볼만한 영상이 넘쳐난다. 하루 딱 15분만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볼까? 힐링이든 정보수집이든 그날 나에게 가장 필요한 영상을 선택할 것이다.
콘텐츠의 생명은 고객의 필요와 기호에 의해 결정된다. 아이들이 버린 장난감 대부분은 고장 없이 멀쩡한 것들이었다. 변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뿐. 장난감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따져 물을 수 없다. 고객들의 필요와 기호는 수시로 변하는 것이니. 특히 어린이 고객들은 더더욱.
아이들에게 장난감 정리를 시켰지만 둘러보면 내 주변에도 정리해야 할 것 투성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핸드폰 속 사진들. 쌍둥이들 갓난쟁이 때부터 찍었던 영상과 사진들로 저장 공간이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다. 주말에 애들 사진 몇 장 찍으려면 기존 사진을 지워야 한다. 하루 분량을 지워야 하루동안 사용 가능한 '하루살이 사진기'. 이번 주말에는 보물 사진들이 쓰레기 사진들에 가리어지지 않도록 정리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