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산타를 기다리며

아빠 산타, 장난감 좀 사주세요.

by 오늘도 생각남

주말이면 애들을 데리고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아이들은 꼭 '장난감 코너'에 들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빠, 이 장난감 갖고 싶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말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장난감은 매번 살 수 있는 게 아냐. 어린이날, 생일날처럼 특별한 날에 아빠, 엄마가 사주는 거야. 그리고 크리스마스엔 산타할아버지가 사주시잖아"


대형마트에 다녀온 며칠 후, 거실 벽면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첫째 건이(8살)가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써놓은 것이다.

건이가 산타할아버지께 쓴 편지
"산타할아버지에게, 저는 바이트초이카 중에서 컬버린을 갔고 싶어요. 유건 올림"


그리고 거실 텔레비전 옆 벽면에 그 편지를 붙여 놓았다. 아주 잘 보이는도록. 그때 문득 생각이 났다. 아빠가 어렸을 때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고 싶어서 크리스마스 전날 방에다 양말을 걸어두었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던 기억이.


웃음이 났다. 대견하기도 했다. 선물을 받고 싶어 치열하게 고민한 건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어떻게든 산타할아버지께 알려야한다고 생각하며 편지를 떠올린 절박함. 선물을 '갖고 싶은 것'도 아니고 '갔고 싶은 것'이라며 맞춤법과 관계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당당함. 거실 텔레비전 옆이라는 최적의 공지 공간을 찾아낸 그 치밀함까지.


생각할수록 귀여웠다. '기분이다. 주말에 장난감 사 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드는 생각. 건이는 8살. '내가 8살에는 산타의 비밀을 알고 있었는데', '저번에 EBS 번개맨 봤더니 산타는 아빠,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하고 있는 하얀 거짓말이라고 나왔던 것 같은데...'


건이가 거실 텔레비전 옆 벽면을 택한 이유는 아빠, 엄마 산타를 겨낭한 계획된 배려인가?아이도 아빠, 엄마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걸까?


정체가 들통난 것 같은 8월의 산타는 갈등한다. 아이의 노력을 가상하게 생각해서 편지 밑에 깜짝 선물을 사다놓아야할지. 저 편지를 12월25일까지 두고 봐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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